왜? 배트맨은 항상 심각하고 어두워야만 하는가? 프랭크 밀러의 배트맨만이 정통인가? 배트맨의 역사를 돌아보면 범인이 수수께끼를 남기고 사라진 범죄 현장을 뒤지는 탐정도 있었고, 알 수 없는 다른 차원에서 온 배트마이트라는 요정과의 만남도 있었고, 과거 공룡시대로의 시간 여행도 있었으며, 지구를 찾아온 외계인과의 만남도 있었다. 악마를 불러내는 비밀 종교집단의 의식도, 귀신과 악령과의 대결도, 고대로부터 전해져 온 도저히 과학으론 설명되지 않는 초자연적인 무엇인가와의 대면도, 정말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우스꽝스러운 악당들과의 대결도 있었다.
배트맨의 이야기는 이 모든 것의 결합이었다. 그래서 프랭크 밀러, 크리스토퍼 놀란만 배트맨인 게 아니다. 배트맨 역사 속에 수많은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모든 작가들의 상상력의 총체. 그것이 바로 배트맨인 것이다. 어둡고 심각한 배트맨만이 인정받는 시대에 60년대 아담 웨스트의 배트맨 TV쇼 같은 총천연색의 배트맨은 과연 부정받아야만 하는가? 어느 책 제목처럼 '배트맨이 죽어야 배트맨이 산다.'
한 때 이 모든 것들이 조합된 배트맨이 풍미했던 시대가 있었다. 프랭크 밀러의 배트맨이 나오기 이전, 브론즈 에이지 시대. 한편으로는 어두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총천연색. 한편으로는 고딕풍 뒷골목을 헤메는 탐정, 그러나 또 한편으론 화려한 첩보의 세계를 누비는 007 같은 액션 스타로 그려지던 시절. 때론 어두우면서도 때론 화려했던, 배트맨의 모든 면에 대한 애정이 담겼던 시대.
2009년 6월 3일 런칭한 그랜트 모리슨의 '배트맨과 로빈' 시리즈는 그 시대. 배트맨을 향한 애정을 이어받았다. 총천연색의 화려한 악당들 속에서 화려한 서커스 묘기처럼 싸움을 벌이는 배트맨. 고담시의 명랑과 희망을 책임지는 딕 그레이슨 버전의 배트맨과 배트맨의 아들 데미안 웨인 버전의 로빈. 때론 어둡고 음침하면서도 한편으론 화려한 꽃무늬인 악당들! 은밀한 잠입액션 외에도 때론 허세 작렬하는 정면 승부를 추구하는 히어로! 묵직한 한방 말고도 화려한 재주넘기 연타로 눈을 즐겁게 해 주고, 정장에 구두 신은 마피아가 아닌 초자연적 초과학적 기괴한 빌런들과 맞서 싸운다. 때론 스키타도 낙하산 타고 기차 위 패싸움까지 007 액션도 선보이며, 악령을 물리치는 퇴마사 역할도 자처하니. 어찌 보면 낯설지도 모르지만 배트맨에 대한 애정만큼은 찐이다.
그 시절 배트맨의 면면들을 잠시만 훑어보자. 그랜트 모리슨이 너무나 좋아한다는 밥 헤이니와 짐 아파로 작가를 위시한 브론즈 에이지 배트맨 만화. 그리고 60년대 배트맨 TV쇼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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