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 한국 역사에서는 이승만 대통령이 4.19이후 최종적으로 국회에 사임서를 제출하고 대통령직에서 완전히 물러난 날이다. 그는 대통령을 여러 번 하기 위해서 국회의원들을 협박하여 선거제를 바꾸기도 했고, 두 번까지만 허용되는 대통령직에 초대대통령만은 종신토록 가능하게 예외를 두려하다 국회에서 근소한 차로 통과가 무산되자, 숫자 반내림을 통해 3분의 2 찬성을 기어코 만들기도 했다. 당시 대한민국 최고의 수학자와 천문학자들이 동원되어 반내림의 타당성을 수학적 증명(?)까지 하는 말도 안되는 일도 벌어졌다. 마지막에는 정말 대놓고 부정선거를 저질렀는데, 투표함에다 미리 기표된 표를 40% 채워두는 수법을 뻔뻔하게 저지르다 국민과 학생들이 시위를 하자 거기다 발포를 했다. 그러면서 학생이 사망하고,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사체를 바닷속에 은폐했다가 발각되어 국민의 공분을 샀던 것. 그렇게 결국 물러나 이 나라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국회방송 영상=
대통령은 결코 성스러운 자리도 신성불가침의 자리도 아니고, 도덕적으로 완벽한 인간이 뽑히는 자리도 아니다. 그들도 보통사람들과 다름없이 권력의 유혹앞엔 한없이 약할 수밖에 없었고, 손에 쥔 작은 것을 쥐기 위해 해서는 안될 일마저 벌였다. 때로는 과거의 향수 속에 성군으로 성인으로 추앙되기만 하는 죽은 대통령들. 역사의 주인공은 그들인가 우리인가? 데드풀의 답을 들어보자.
'창밖의 세상'이라고 불리는 마블 코믹스의 세상, 그 라이벌인 DC코믹스의 세상에서 만화 작가들은 심심하면 그 위대한 미합중국의 대통령들을 끌어다가 마음껏 풍자했다. 데드풀 만화에서는 죽은 대통령들이 좀비로 부활해 패악질을 부리고 다니다가 그들의 온갖 치부를 떠버리 용병 데드풀에게 조롱당하며 그 쌍검에 썰려나가기도 했다.
오늘날 데드풀이 왜 최고의 슈퍼히어로로 사랑받을까. 그저 삐딱해서? 우스운 말장난을 잘해서? 흔히 권력자들 앞에서 하게 되는 예측된 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의'로 포장된 일이라도 자기 판단에 아닌 거 같으면 그냥 'X까'. '네가 뭔데.' '너랑 나랑 뭐가 다른데.' 작은 사생활과 습관 하나까지 입에 올리며 씹어댄다. 그가 씹는 죽은 대통령들에는 좌도 우도 없다. 그냥 과거의 귀신들은 제발 가라. 역사는 현재를 살고 있는 나 같은 보통 사람들의 것이다라고 말한다.
1대 조지 워싱턴 (1789~1797)
어린이들에겐 정직함의 롤모델과 같은 조지 워싱턴 대통령. 그러나 또 하나 어린이들에게 남겨줄 교훈은 바로 '치아 건강'이다. 조지워싱턴은 평생을 치통으로 고생하면서 틀니를 끼고 살았는데, 당시 의학 기술이 그리 발전하지 않은 시절이라 '나무 틀니'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실제론 겉면이 나무처럼 보일 뿐 진짜 나무는 어니었다고. 어쨌건 치의학에서는 미국 초대 대통령 덕분에 치의학 기술이 발전했다고도 전해진다.
16대 에이브러햄 링컨 (1861~1865)
링컨 대통령은 1865년 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하다가 존 윌크스 부스라는 자가 쏜 총에 뒤통수를 맞고 사망하였는데, 당시 총알이 왼쪽 뒤통수에서 머리를 뚫고 오른쪽 눈에 박혔다.
26대 시오도어 루스벨트 (1901~1909)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에도 시오도어 루스벨트. 일명 테디 루스벨트. 세계 곳곳의 오지를 탐험한 탐험가이자 사냥꾼으로도 유명했기에 코끼리 코에 붙잡혀 매달리는 장면이 들어갔다.
27대 윌리엄 태프트 (1909~1913)
대한제국을 일제 식민지로 만들었단 가쓰라 태프트 밀약의 주인공인 바로 그 태프트. 175킬로그램에 달하는 큰 몸집을 지닌 탓에 실제로 백악관 욕조에 끼었던 적이 있다는 소문이 있다. 대통령이 먼 곳으로 장기 일정을 가게 되면, 백악관 수행원들이 제일 먼저 해당 지역에서 수배를 하는 것이 대통령이 쓸 거대 욕조였다고. 당시 백악관에 구비된 태프트 전용 욕조는 성인 4명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컸다고도 한다. 만화는 그걸 갖고 와서 신나게 놀린다. 태프트 좀비는 욕조에 끼인 채로 하늘을 날아다니며 데드풀을 공격한다.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1933~1945)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2차 대전에서 미국의 승리를 위해 캡틴 아메리카를 만드는 실험을 지시했던 대통령이다. 그는 캡틴 아메리카에게 영웅의 덕목이 힘이 아니라 내면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준 정신적인 스승이기도 했는데, 그래서 캡틴 아메리카는 더더욱 루스벨트를 존경하며 따랐다. 그림은 데드풀에게 '뉴딜 공격'을 시전하는 대통령.
33대 해리 트루먼 (1945~1953)
마블 코믹스 역사에서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와 버키 반즈는 2차대전 말에 실종된다. 45년 이후로 60년대 어벤저스에 의해 발견될 때까지 캡틴 아메리카는 미국 역사에서 존재하지 않아야 했다. 그러나 1945년부터 53년까지 재임했던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새로운 인물들을 선발해 새 캡틴아메리카와 버키를 만들었다. 그렇게 2대 캡틴 아메리카와 버키가 된 인물이 윌리엄 내스런드와 프레드 데이비스. 내스런드는 활동 시작하고 이내 사망하고, 제프리 메이스라는 인물이 3대 캡틴 아메리카의 지위를 넘겨받았다. 만화 속 해리 트루먼은 '캡틴 아메리카는 절대 죽어서는 안 된다'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미국은 2차 대전 이후에도 한국 전쟁을 치러야 했고, 여전히 승리를 위해 상징물이 필요했던 것이다.
35대 존 F 케네디 (1961~1963)
케네디 대통령과 마를린 먼로의 관계는 유명한데, 당시 마를린이 알아서는 안 되는 정부 기밀을 아는 바람에 그 입을 막기 위해 케네디가 마를린을 살해했다는 설도 있다. 만화에서 케네디는 한 할머니를 붙잡고는 입 놀리다 내 손에 죽은 여자가 당신만 있는 게 아니라고 협박하기도 하며, 데드풀이 마를린으로 변장하여 케네디를 놀리는 장면도 있다.
40대 로널드 레이건 (1981~1989)
데드풀의 칼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좀비의 배를 가르자 그 안에서 젤리빈이 쏟아진다. 레이건은 젤리빈을 너무 좋아해서 끼고 살았다는데, 백악관에서 국무회의 하면서 각료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심지어 국빈 방문한 해외 정상들에게도 선물할 정도였다고 한다. 오죽 좋아했으면 돌아가신 후 유족들이 그 빈소에 젤리빈 한통을 놓아주었다고.
그 외에도 정말 많은 죽은 대통령들이 좀비로 부활해서 데드풀의 칼에 죽어나가지만 결론은 하나다.
그래. 나 데드풀은 특별할 것 없는 보통 사람일 뿐이야. 하지만 초대 대통령이라는 조지 워싱턴 당신도 델라웨어 강을 처음 건넜을 때는 나같은 보통 사람이었어. 원래 역사는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 바꾸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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