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영화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시리즈로도 잘 알려진 맨티스의 기원은 1950년대로 거슬러간다. 1953년 프랑스군 용병으로 참전한 한 독일 출신 병사 사이공에서 '루어(Lua)'라는 이름의 베트남 여성을 만난다. 두 사람은 사랑에 바져 2개월 후에 결혼하였다. 하지만 둘의 결혼은 친지들에게 인정받지 못한다. 루아는 사이공 암흑가 보스 무슈 크럴(Monsiur Khruul)의 여동생이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숲 속의 마을들로 이리 저리 옮겨다니며 도주생활을 하였고, 딸을 하나 낳는다. 그러나 무슈 크럴의 집요한 추격에 결국 발각되어 루아는 죽고, 아빠는 시력을 상실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 중에도 아빠는 갓난아기를 안고 숲 속으로 도망쳐, 구사일생으로 어느 절에 당도한다.
그 절은 '파마교' 승려들의 절. 승려들은 아이 아빠에게 시력이 없이도 주위를 감지하여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수련을 시켜주었으며, 한편으로 어린 갓난아기를 키워 무술을 가르쳐주었다. 긴 세월이 흐르고 그 독일 출신의 아빠는 훗날 '조디악 카르텔'이라는 범죄 집단의 멤버 '리브라'가 되고, 딸은 '맨티스'가 되었다. 맨티스는 성인이 된 후 기억이 지워진채 베트남 거리의 술집에서 몸을 팔며 살아가고 있던 중 소즈맨을 만난다.
베트남 술집에서 맨티스와 소즈맨의 첫 만남을 그린 이슈는 1973년 '어벤저스 114호', 맨티스의 아버지 리브라의 이야기를 그린 이슈는 1974년 '어벤저스 123호'다. 베트남 전쟁의 마지막에 해당되는 시기였다. 맨티스의 아버지 이름은 구스타브 브란트(Gustav Brandt). 그래서 맨티스의 성만 '브란트'라고 알려져 있다. 베트남식 이름은 없다.
맨티스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과, 그 이전엔 프랑스와, 오랜 시절 전쟁에 시달려야했던 나라 베트남. 전쟁이 끝나면 정글 속에 버려진 채 기적을 바라며 생존해야 했던 아이들이 남았다.
베트남전만 해도 그 당시에 미군과 한국군 등 참전 군인들과 그들을 따라간 민간인 지원 인력 등은 현지에서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곤 했다. 전쟁이 끝나고 아빠들은 고국으로 돌아갔다. 현지에는 그들과 결혼했던 베트남 여성들과 아이들이 남았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 아버지가 한국쪽에 있던 아이들은 '라이따이한'이라 하고, 아버지가 미국 쪽인 아이는 '부이도이'라고 했다. 이들은 굉장히 힘든 삶을 살아야했다. 공산화된 베트남에서 태어난 적군 병사들의 자식들. 어머니들은 조국을 배신한 배신자라며 수용소에 보내지기도 했고,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자식을 데리고 숨어살아야했다. 공산화 이후 외부와 단절되었던 베트남이 1989년 개방정책을 시행하고, 잃어버린 가족을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한국 쪽에서는 그들 '라이따이한'을 찾으려는 아빠들이 거의 없었다.
미국의 경우는 사이공 함락 직전에 아이들을 피신시켜야한다는 요구가 있어 일명 '베이비리프트 작전'이라고 하여 이들 미군의 핏줄을 가진 어린아이들을 찾아내 수송기에 태우는 작전을 수행했었다. 그 당시 수 천명의 아이가 비행기에 실려 해외 외 여러 나라로 입양되었다. 87년에는 법을 제정해서 베트남의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실질적으로 그들은 고국 베트남에서도 적군의 자식으로 배척받는 존재, 아버지의 나라 미국에서도 차별받아야 하는 존재였다.
(참고 영상) 라이따이한에 대하여, 그 문제 해결을 위해서. 1996년 2월 1일 마산 MBC에서 방송된 라이따이한 이야기.
(영상2) 미국이 버린 베트남 아이들 : 베트남 방송. 한국과 미국측에서 만든 방송들과는 또 보는 시각이 다르다. 여기서는 아예 아버지도 어머니도 모른채 입양되었다가 어른이 된 후 부모를 찾는 과정이 그려진다.
(영상3) 뮤지컬 '미스사이공'은 미국이 버리고 왔던 부이도이들에 대해서 베트남이 공산화된 까닭에 갈길이 막힌 까닭이었고, 우리는 늘 그들을 잊지 않고 있었다고 노래하고 있다. 감동적인 가사, 아름다운 멜로디.. 하지만 실제 역사의 한쪽 면만을 미화했다는 비판을 피하진 못한다.
미국인 남편과 베트남인 아내가 헤어진 후 평생을 다른 사람과 재혼하지 않고 서로를 그리워하며 살다가 마침내 만나는 사례도 존재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외면당했다. 앨런 무어의 '왓치맨' 에선 그들이 성노리개로 갖고놀고, 마음껏 싸지르다 귀찮아지자 버리고 왔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한다. 그들을 지옥에 둔 자들은 북베트남이 아니라 그들을 버리고 온 너희들이라고. 너희가 그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고. 이 장면은 국기만 바꿔달면 라이따이한의 이야기도 될 수 있다...
마블의 카르마는 보트피플 출신이다. 이야기는 1980년 '마블 팀업 100호'에 자세하게 실려 있다. 삼촌은 남베트남의 장군. 아버지도 남베트남군의 군인이었다. 가족은 아버지, 어머니, 쌍둥이 남자형제인 트란, 그리고 어린 두 동생이 있었는데, 트란은 사이공에서 미군이 철수할 때 가족에게서 떨어져 미국으로 혼자 보내졌고, 남은 가족은 공산화된 베트남에서 참혹할 꼴을 당해야 했다. 군인가족이었던 탓에 부모는 수용소에 감금되어 처형될 위기에 처해졌다. 카르마는 초능력을 이용해 부모를 구출하고 어린 동생들을 추스려 같이 보트를 타고 베트남을 탈출한다.
그런데 그 보트가 태국 해적들에게 습격당한다. 아버지 포함 보트에 탄 남자들은 모두 죽임을 당했고, 여자들은 말해 무엇하랴. 그렇게 부모를 모두 바다 위에서 잃고, 어린 두 동생 끌어안고 배 위에서 표류하다가 겨우 구조가 되어서는 미국으로 보내졌다. 삼촌은 미국에서 큰 사업가가 되어 있었는데, 카르마의 초능력을 자기 사업에 이용하려고 했다. 카르마는 거절하며 동생들을 데리고 삼촌 집을 떠나 보웬 신부라는 천주교 신부에게 몸을 의탁한다. 보웬 신부는 집과 일자리를 알아봐주었고, 카르마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돈을 벌어 동생들을 학교에 보내려고 했다.
(영상4) 베트남 보트 피플.
카르마의 이름 : 원래 마블에서 카르마의 이름은 Xi'an 이라고 표기되었다. '시안', '샨' 정도로 발음되었다. 그런데 사실 이 이름은 베트남식 이름이 아닌 중국식 이름이었다. 이거는 이 당시 한국에서 베트남에서 전쟁을 통해서 태어났던 아이들이 미국에서 겪는 어떤 숙명과도 같았다. 한국인, 중국인, 베트남인, 일본인 다 그게 그거 아니냐. 구분하지 못하는 거. 이 당시 전쟁 만화 등에서 그려지는 한국인 캐릭터들도 이름이 '킴 리(Kim Lee)'라든지 하는 식이 다였던 것과 같았으니, 어찌보면 베트남 보트피플의 애환을 담고 있는 이 캐릭터가 이 이상한 이름을 달고 몇 십 년을 만화 주인공으로 살아온 것이다.
제대로 된 베트남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2023년 1월. '러브 언리미티드 인피니티 코믹스 31호'에서였다. 작가는 트렁 리 응우엔(Trung le Nguyen). 베트남 출신 작가다 베트남 난민의 탈출은 1980년대 말까지 계속되었는데, 90년생인 트렁 리 응우엔 작가도 필리핀의 베트남 난민 캠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여하튼 이 베트남 출시느이 작가를 통해서 카르마에게 마침네 'Xuan Cao Manh(쑤언 카오 만)'이라는 베트남 이름이 제대로 붙여진다. 쑤언은 베트남어로 '봄'이라는 뜻.
DC의 그린랜턴 시리즈는 DC코믹스의 수많은 만화 중에서도 가장 사회 문제에 민감한 시리즈다. 심지어 제라드 존스의 그린랜턴 런 첫 이슈에보면 1987년에 있었던 대한민국의 6월 항쟁 장면도 있다. LA폭동 취재로 퓰리처상을 탔던 강형원 기자가 당시에 1987년의 한국을 알리기 위해 애썼던 흔적같은 것.
(영상5) 유퀴즈 강형원 기자 1987 6월 항쟁
그린랜턴 레거시는 민 레 작가님이 썼는데, 이분은 유명한 동화작가시다. 한국에도 이분 책이 몇 권 나와있는데. 소개해보면 이런 책들이 있다.
주인공의 이름은 타이 팸(Tai Pham). 할머니 킴 트란(Kim Tran)에게서 파워링을 물려받아 그린랜턴이 되었다. 킴 트란 할머니는 이 만화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었지만, 다른 그린랜턴 멤버인 존 스튜어트가 이야기 중에 등장하여 실은 자신이 그녀의 제자였다고 말하면서 그녀 역사를 DC 속에 깊이 끌고 간다. 그러면서 할머니의 미국 이민기가 소개된다. 이민 살이는 쉽지 않다. 가게를 운영해도 늘 위협에 시달려야 한다. 선배 그린랜턴은 할머니의 반지를 물려받는 손자에게 할머니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어떤 두려움에 맞서 싸웠는지, 가르쳐준다.
(영상6) 마지막은 아메라시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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