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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 - 92년 LA폭동에 맞섰던 한인들, 마블 DC 속 흑인 히어로 스틸과 레이지 탄생의 의미

오늘의 코믹스

by 오늘의 코믹스 2024. 4. 2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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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마블과 DC의 양대 흑인 히어로들과 로드니킹 사건, LA폭동.

 

유명 농구선수 샤킬 오닐(Shaquille O'neal)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DC 코믹스의 대표 흑인 히어로 스틸(Steel). 이 캐릭터의 만화 속 본명은 존 헨리 아이언스(John Henry Irons). 1993년 '어드벤처스 오브 슈퍼맨 The Adventures of Superman 500호'에 처음 등장했다. 창작자는 루이스 사이먼슨(Louise Simonson)과 존 보그다노브(Jon Bogdanove).

 

마블 코믹스의 흑인 히어로 레이지(Rage)는 1992년 4월 29일 LA폭동이 터지기 이전인 1990년 '어벤저스 Avengers 326호'에 처음 등장했다. 창작자는 G.I. 조 만화로 유명하신 래리 하마(Larry Hama). 폴 라이언(Paul Ryan).

 

레이지의 첫 등장 : 블랙팬서는 아프리카 왕족, 팔콘은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흑인들의 삶을 위해 싸울 수 있는 진짜 흑인 히어로를 멤버로 뽑아달라!

 

우선 먼저 탄생한 레이지부터 살펴보자. 어벤저스 326호의 발간일은 1990년 9월 18일(커버데이트는 11월)이었다. 이 무렵에 어벤저스는 뉴욕에 새 본부를 건설하고 팀을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이 뉴욕본부 건설 현장에 흑인 히어로 한 명이 등장해서는 어벤저스 멤버로 받아달라고 요구한다. 레이지는 캡틴 아메리카를 보고 이렇게 말한다. 

"지금 어벤저스 팀 내에는 제대로 된 '아프리칸 아메리칸'이 없어. 그러니 어서 당장 나를 정식 멤버로 받아줘."

 

캡틴 아메리카는 의아하다. 팀 내에 흑인 히어로라면 이미 블랙 팬서와 팔콘이 일찍부터 멤버로 활약을 했던 바였다. 레이지는 블랙 팬서도 팔콘도 정확하게 말하면 '아프리칸 아메리칸'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그에게 블랙 팬서는 가난이라고는 알지 못하는 부자이며, 아프리카의 왕족. 필요할 땐 미국에 들러서 활동하다가도 어느새 아프리카로 돌아가 차별이란  알지 못한 채 넉넉한 삶을 사는 인물이었고, 팔콘은 그저 어벤저스라는 팀 내에 흑인의 자리도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끼워준 멤버일 뿐, 실제로 팀 내에서 비중이 없는 캐릭터였다. 그러니 사실상 아직까지 미국에 살고 있는 '아프리칸 아메리칸'을 직접 대변하는 히어로는 없다는 주장. 레이지는 신축 중인 어벤저스 본부도 백인들이 사는 곳 가장 중심부에 건설되고 있지 않느냐며 정말 자유와 평등을 믿는다면 흑인 히어로인 자신을 당장 멤버로 받아들이라고 요구한다. 

 

"너희들 슈퍼히어로들에게 슈퍼빌런이란 저 우주 먼 곳에서 오는 위협이거나, 저 다른 차원에서 오는 위협, 혹은 너희들의 본부를 공격하는 자들일뿐이야. 너희 슈퍼히어로들은 그런 싸움만을 싸우지. 그런데 너희들은 몰라. 슈퍼히어로들의 도움이 필요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희들 도움을 받고 있질 못해. 나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내 힘을 쓰겠다는 거야!"

 

얼마 후 어벤저스 본부 건설이 완료되고, 팀 멤버 재정비가 있으면서, 결국 레이지는 팀의 수습 멤버로 들어간다. 정규 멤버는 아니었다.

 

 

로드니 킹(Rodney King) 사건이 터지다

자. 그리고 1991년 3월 로드니 킹 사건이 터진다. 마블 픽션 속의 사건이 아니라, 실제 역사 속의 사건이다.  1991년 3월 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로드니 킹이라는 흑인 남성이 경찰에 붙잡힌다. 음주운전에 과속까지 한 상태였고, 경찰이 따라붙자 시속 180km가 넘는 속도로 도주했다. 결국 여러 경찰차에 헬기까지 동원된 끝에 결국 그를 붙잡아서 땅에 눕혔는데, 킹이 일어나서 도망치려고 했다. 경찰은 봉으로 구타해서 제압한다. 그런데 마침 그 장면이 어떤 사람의 캠코더에 찍히게 된다. 이 영상은 방송을 통해 공개되었다. 도주하려는 용의자를 무력으로 제압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지만, 영상 속에서 로드니 킹은 이미 저항할 힘이 없이 쓰러져 있는 상태였고, 수많은 경찰관들이 누워있는 그를 에워싼 채 몽둥이로 때리고 발로 차고 있었다. 1992년 개봉한 영화 '말콤엑스(Malcolm X)'에서는 이 영상을 오프닝 크레디트에 사용되었는데, 미국 국기가 불타는 장면과 로드니 킹이 얻어맞는 장면이 교차되어 보였다.

영화 '말콤엑스' 오프닝 크레딧. 로드니 킹 구타 장면과 불타는 미국 국기가 교차되어 보여진다.

 

이 사건은 흑인들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로드니킹이 범죄를 저질렀기에 체포될 수는 있다 하지만, 경찰의 무력 사용이 과도했다는 것이다. 흑인 사회는 경찰의 이러한 대처를 인종차별이라고 받아들였다. 로드니킹을 폭행한 경찰들은 모두 구속되었다. 

 

한인 가게 주인 두순자가 쏜 총에 흑인 소녀 라타샤 할린스가 사망하다. 법원의 판결이 불합리하다 느낀 흑인들

 

그런데. 로드니 사건 발생 2주 후에 '두순자'라는 한인 이민자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라타샤 할린스'라는 이름의 한 흑인 소녀가 가게 주인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인은 라타샤가 주스를 가방에 넣는 모습을 보고 도둑질을 한다고 생각했고, 라타샤는 주스값을 내겠다고 하면서 항변했는데, 그 과정에서 둘이 실랑이하고 몸싸움이 있었고, 주인 두순자는 안전을 위해 준비해 두었던 권총을 꺼내어 라타샤를 쏴버렸다. 당시 사건 장면 또한 가게 CCTV에 고스란히 남았다. 그런데 이 사건으로 '두순자'에게 징역 15년 판결이 떨어졌지만, 법원에서 재범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400시간을 선고했다. 흑인들은 이 판결을 불합리하다고 받아들였다. 더구나 미국 주류언론들이 이 사건을 한흑갈등으로 부추기는 측면으로 보도하면서 더 그런 감정에 불을 붙였다.

 

 

LA폭동 로드니킹 사건부터 한인들의 피해까지 잘 정리된 영상. 벌거벗은 세계사. 당시 현장을 취재해 퓰리처상을 받은 강형원 기자가 자리에 함께했다. 

 

로드니킹을 구타한 백인 경찰들이 모두 무죄를 받다. 폭동의 시작

 

여기에 로드니 킹을 구타한 백인 경찰들이 모두 무죄를 받게 된다. 사건 발생지역의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경우 이들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서 경찰 측 변호인이 재판부 이동을 요청하였고, 그래서 근처 백인 거주지에 있는 법원으로 넘어간다. 미국 법원은 배심원제였는데, 배심원 12명 중에 흑인은 한 명도 없었으며, 10명은 백인이었다고 한다. 그 결과 이들에게 무죄가 떨어진다. 

 

재판은 방송을 통해서 생중계되었는데, 무죄 판결이 내려지는 그 순간에 흑인들의 분노가 폭발한다. 사람들은 그 즉시 거리로 뛰쳐나와 폭동을 시작했는데, 불과 1시간 만에 근처에 있던 코리안타운까지 다다랐다. 미국이라는 땅에 정착해서 열심히 살아오던 한인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이 불에 타고, 가게의 물건을 다 도둑맞는 재앙을 겪어야 했다. 라타샤 할린스의 죽음과 그 재판에 대한 분노도 여기에 뒤섞여 있었지만, 유색인종들의 거주지와 가까웠던 까닭도 있었다. 특별한 주체 없이 무작위로 때려 부수고 불태우고 약탈하는 폭동이 며칠간 계속되었고, 이 과정에서 히스패닉도 가담하여 상가들의 물건을 약탈했다. 

 

소방서도 경찰서도 군대도 한인을 지켜주지 않았기에 스스로 조직한 자경단. 19살 이재성 군 사망. 

 

방화에 건물이 불타고 소방서는 출동하지 않았고, 경찰도 한인들을 지켜주지 못했다. 정부에서 주방위군을 출동시켰지만, 주방위군 또한 탄약이 없다면서 하루 늦게 진입했다. 그 결과 한인타운은 극심한 피해를 봐야 했고, 결국 한인들 자체적으로 자경단을 조직해서 총을 들고 동네를 지켰다. 그런데 이 당시 19살 이재성 군이 친구들과 함께 한인타운을 지키려 거리로 나왔다가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에 사망하는 일이 일어난다. 

 

마침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로드니킹이 방송을 통해서 '폭동을 멈춰달라'라고 호소하기 시작하면서 폭동이 중단되었다. 삶의 터전을 잃고 죄 없는 어린 목숨까지 잃어야 했던 한인들인 '우리 모두가 이 사회의 마이노리티다. 함께 살자'라는 글귀를 적어 들고 거리로 나갔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들은 아무리 열심히 땀 흘리고 성실하게 일해도, 정치적인 힘을 갖지 못하면 응당 받아야 할 보호조차 받을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루프탑 코리안. 한인타운을 지켰던 자경단. 고이재성군

 

슈퍼맨의 사망 이후 등장한 네 명의 히어로. 스틸, 이레디케이터, 슈퍼보이, 사이보그슈퍼맨

 

같은 시기 DC 코믹스에서는 슈퍼맨이 둠스데이에 맞아 사망한다. 이후 네 명의 캐릭터가 슈퍼맨 대신 메트로폴리스를 지키는 히어로들로 등장하는데. 이들은 각각 스틸, 이레디케이터, 슈퍼보이, 사이보그 슈퍼맨이다. 일반적으로는 이들 네 명의 캐릭터가 등장한 이유를 슈퍼맨의 여러 닉네임으로 설명한다. 스틸은 '맨 오브 스틸'을 뜻하며, 이레디케이터는 '크립톤의 마지막 아들', 슈퍼보이는 '메트로폴리스 키드', 사이보그 슈퍼맨은 '맨 오브 투모로우'라는 것이다. 슈퍼맨이라는 히어로 하나에 들어있던 네 가지 속성이 네 명의 히어로에게 분산되었다는 것.

 

슈퍼맨의 죽음. 폐허가 된 도시. 무너진 데일리 플래닛 건물. 찢겨진 망토.. 슈퍼맨이 상대했던 적은 우생학에 바탕하여 진화의 정점에 올라서도록 개발된 둠스데이. 세상 모든 것을 혐오하는 인종이었다.

 

그런데 슈퍼맨의 사망부터 그 이후의 네 명의 히어로는 '인종차별'을 테마로 놓고 다르게 분석할 수도 있다. 슈퍼맨이 죽은 이유는 둠스데이 때문이었다. 둠스데이는 슈퍼맨과 같은 크립톤 출신. 슈퍼맨은 가장 선하고 정의로운 미국의 이상과 같은 존재지만, 둠스데이는 진화의 정점에 선 존재, 우생학적으로 가장 뛰어난 인종을 만들려는 발상에서 태어난 캐릭터였다. 오직 유전자의 강함만이 있고 세상의 모든 것을 혐오하는 둠스데이 손에 슈퍼맨이 사망했다는 것은 곧 인종차별로 인한 미국의 사망이란 뜻도 된다. 미국 깃발처럼 보인 슈퍼맨의 망토는 찢겼고, 언론사 데일리 플래닛의 상징도 폐허 속에 뒹굴었다. 

 

네 명의 히어로가 등장한  '어드벤처스 오브 슈퍼맨 500'호엔 심지어 로드니킹 사건과 LA 폭동을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얼핏 얼핏 스친다. 네 명의 경찰이 한 명을 에워싸고 공격하다는 장면, 그리고 슈퍼맨이 사라진 도시에 약탈과 방화가 난무하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어드벤처스 오브 슈퍼맨 500호에선 로드니킹 사건과 LA폭동을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물론 아쉽게도 피해자는 흑인들만 그려진다. 한인들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등장하는 네 명의 히어로들의 면면을 보면 묘한 부분이 있다.

 

스틸은 흑인이고, 망치를 쥐었는데, 이것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서부를 개척하여 성장하던 시절 철도를 깔던 흑인 노동자들의 모습이다. 이레디케이터는 안경을 낀 모습이 은근히 당시에 언론에 보도된 루프탑 코리안을 연상시킨다. 고향별 크립톤에 대한 강한 유대감을 지니고 있는 면은 특히 조국을 잊지 않고 하나의 공동체로 똘똘 뭉쳐서 생존해 온 한인들의 특성과도 맞다. 하지만 이 캐릭터가 실질적으로 한인과 관련지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비슷하게 슈퍼보이는 단순히 '청년'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인종차별과 관련하면 조금 더 나아가 미국인 아버지를 둔 청년이랄 수 있겠다. 한국이나 베트남에 주둔했던 미군들이 현지여성과 결혼해서 낳은 아이들. 전쟁이 끝나고 군인들은 현지 아내와 아이들을 버려둔 채 자기 나라로 돌아가버렸다. 물론 현지 여성과 자녀들을 미국으로 데려가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냥 버려두는 사례도 많았고, 미국에 가도 이미 가족에게서부터 심한 차별을 받는 사례도 있었다. 슈퍼보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슈퍼맨의 유전자를 지녔지만, 슈퍼맨으로 인정받지 못하여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만큼 역시 미국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로 취급되었던 그들과 연관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레디캐이터, 슈퍼보이, 사이보그 슈퍼맨. 만화에선 슈퍼맨의 속성이 네 명에게 분산되었다고도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들은 각각 한인, 베트남에서 온 미군 자녀들, 장애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사이보그 슈퍼맨은 기계장치를 달고 있는 점에서 장애인, 특히 전쟁 등에 참여했다가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장애를 입고 사회 복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랄 수 있다. 캐릭터 자체의 탄생기도 국가를 위해 탐사연구에 나섰던 대원들이 심각한 손상을 입고 돌아와서 사망하거나 스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하는 상황에서 태어난 것으로 그려졌었으니 비슷한 면이 분명히 보인다. 시기적으로도 연관이 되는 게, 1990년에 미국에서 장애인법이 처음으로 통과가 되어서 1992년부터 이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이 되는데, 장애인의 고용이나 교통시설 이용 등에 있어 차별이 없도록 하는 법이었다. 

 

슈퍼맨이 사망하여 기능이 정지되어 버린 사회에서 마침내 보이지 않던 존재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도 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스틸은 이후 DC를 대표하는 흑인 히어로로 성장함에 반해, 이레디케이터는 어느 정도 '의심'은 있을 뿐, 한인과 관련지어진 적은 없으며, 슈퍼보이 또한 베트남에서 아버지의 나라로 건너온 미군의 자녀들 '부이도이'로 그려진 적은 없다. 사이보그 슈퍼맨은 이후에 DC의 대표적인 슈퍼빌런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니 우리로서는 다른 상당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만일 보이지 않던 존재들에서 도시의 새로운 수호자로 일어선 이들이 슈퍼맨의 귀환에 밀려나지 않고 그들이 길을 제대로 걸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DC의 방향성은 조금 더 달라지지 않았을까? 우리가 만나는 미국만화 DC 코믹스 속의 한국인 캐릭터는 어쩌면 태극기를 달고 김치를 먹고 K팝을 노래하는 한국인, 그들에겐 여전히 이국적인 한국인이 아니라 그들의 도시의 시장이고 국회 의원인 한국인일 수도 있지 않을까.

 

14살 흑인 소년 레이지 VS 헤이트몽거

 

래리 하마 작가가 만든 90년대 버전의 새로운 흑인 히어로 레이지는 꾸준히 팀의 멤버로 등장하다가 1993년 '어벤저스 141'호에 가면 데드풀의 '파비안 니시에자' 작가와 우리에겐 캡틴 아메리카 만화 등으로 알려진 '스티브 엡팅' 작가를 통해 LA폭동을 연상시키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 

 

이야기는 카멜로 마르티네즈라는 15살짜리 히스패닉 소년이 경찰에 체포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역시 로드니 킹 영상을 떠올리게 한다. 이야기에선 경찰 측을 옹호하는 백인들이 KKK단을 연상시키는 코스튬에 몽둥이와 총을 들고 거리로 나서 시위하는 유색인종들을 공격한다. 사실 이들의 배후에 있는 인물은 일명 헤이트 몽거(Hate-Monger)라는 빌런. 헤이트몽거는 사람의 감정을 조종하는 초능력을 지녀서 사람들의 이성적인 판단을 가리고 폭동을 부추긴다.  그 결과 얼마 후 거리는 카멜로에 대한 과잉 무력사용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이들 백인 무장 집단 썬즈 오브 서펀트와 어벤저스가 뒤엉켜 싸우며 모든 것이 부서지는 혼란의 현장으로 변한다. 

 

 

레이지라는 히어로는 14살 소년이 초능력을 얻어 어른의 육체를 가진 캐릭터였다. 먹고살기 힘든 빈민가에서 할머니랑 단둘이 살았던 이 소년은 신문배달을 하면서 밥벌이를 했는데, 어느 날 백인 소년들의 무리에 걸려서 가진 돈을 빼앗기고 구타당한다. 눈이 부어터지도록 얻어맞다가 도망친 소년은 뒷골목의 쓰레기더미 속에 숨어 겨우 목숨을 건지는데, 유독물질 처리업체에서 불법으로 방사성 물질을 투기하던 장소. 소년은 그 물질을 뒤집어쓰고는 이후 엄청나게 강한 거구의 성인 남성의 몸으로 성장한다. 총알에도 뚫리지 않는 튼튼한 몸, 기차보다 빠른 빠르기. 하늘만 날 수 없을 뿐, 토르와 대적해도 힘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강력한 초인이었다. 

 

처음엔 레이지도 이 힘을 이용해 자신을 괴롭히던 백인 아이들에게 복수부터 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할머니가 손자를 말리고, 힘을 어떻게 써야 올바른 것인지를 가르친다. 그래서 가장 친한 친구인 마르티네스작 경찰에 구타당하는 모습에 분노가 치밀었지만, 레이지는 침착하게 대응한다. 비록 14살 미성년자라는 사실이 밝혀진 까닭에 어벤저스 팀에 더 있을 수는 없었지만,  레이지는 모든 사태의 원흉이 '헤이트 몽거'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이겨낸다. 

 

 

DC에서는 슈퍼맨의 정체성이란 진화의 정점에 선 존재, 우생학적으로 말하는 가장 우월한 인종이 정의를 구현하는 히어로가 아니라고 말하며 여러 다른 히어로들을 끌어냈다면, 마블에서는 흑인이 갖고 있는 울분을 어떻게 드러내는 것이 옳은지에 집중했다. 그 결과 흑인 히어로들이 태어났다. 

 

로드니킹 사건과 LA 폭동 사건의 현장에는 분명 한인들이라고 하는 피해자들이 존재했다. 그러나 마블 코믹스도 DC코믹스도 그 이야기를 하진 않는다. 흑인은 주요하게 그렸고, 히어로로 만들었고, 심지어 히스패닉도 등장을 시켰다. 흑인이 경찰에 포위당하고, 히스패닉이 체포되는 장면도 재생산했다. 하지만 당시 흑인 폭도들과 히스패닉 약탈자들에게 가장 피해를 입었던 한국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없다. LA폭동에 의연하게 대처하고 총을 들고 지키되 위협사격만 하며 절대 인명을 살상하지 말라는 규칙을 준수하고, 폭동 이후에도 평화적으로 '함께 삽시다'를 외친 장본인이었던 한인들이다. 그 외침을 '레이지'와 '스틸'이 대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보이지 않는 존재였기에  그들에게 가로챔을 당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992년 LA폭동 직후, 한인사회는 정치적인 힘이 없어 누구의 관심도 얻지 못한다는 사실에 절망감을 많이 느끼고 심기일전하게 되는데, 이때 한국계 최초로 미국연방하원의원에 김창준의원이 당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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