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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 - 대학생 반전시위. 켄트 대학 총격 사건. 보수적이었던 DC코믹스의 만화들과 그 한계

오늘의 코믹스

by 오늘의 코믹스 2024. 5. 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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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 - 대학생들의 반전시위. 켄트 대학 총격 사건. 그 속에 있었던 슈퍼맨과 로빈. 그들의 한계

 

때마침 미국에서도 이스라엘 팔레이스탄 문제로 대학교에서 반전시위가 격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나서서 동맹휴업이나 과격시위를 자제해달라고 말을 했고, 그 과정에서 언론은 68년, 70년 미국 대학에서 벌어졌던 반전시위 때의 일들을 소환했다. 5월 4일은 1970년 미국 켄트 대학에서 주방위군이 반전시위를 벌이던 학생들을 발표해 4명의 학생이 사망했던 날이다. 이 날의 이야기는 DC코믹스의 '배트맨' '슈퍼맨' 만화에서도 그려졌는데, 실제 역사는 어떠했는지, 만화 속에서는 어떠했는지 한 번 정리해보았다.

 

일단 24년 5월 1일자 뉴스영상부터

 

1)  68년 컬럼비아 대학교 학생들의 반전시위. 

- 대학의 무기연구사업 중단과 인종차별정책 철폐를 요구하며 시작.

- 침묵하는 다수를 주장하며 '다수연대'라는 반대파 학생들 등장.

- 경찰의 무차별적 강경진압

 

1968년 컬럼비아 대학교 학생들이 반전시위를 벌였다. 당시에 컬럼비아 대학은 정부의 후원을 받아 전쟁무기 연구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학생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분노한 것이다. 학생들은 대학 건물을 점거하고 무기 연구 사업을 당장 중당하라고 요구했다.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 이상은 점거를 풀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었다. 당시 컬럼비아 대학 체육관은 출입구를 두 개 두고 하나는 백인용, 하나는 흑인용으로 구분했었다. 이런 인종차별에 분개하고 있던 흑인 학생들도 학교 점거 시위에 가세한다. 

 

전쟁 반대, 인종차별 반대. 학교측의 변화를 촉구하며 시위의 규모는 커지는데, 모든 학생이 이 시위에 뜻을 같이했던 것은 아니었다. 학생들 중엔 휴교에 반대하고 건물 점거를 반대하며 일명 '다수 연대'라는 이름의 보수 학생 단체가 일어나서는 시위하는 학생들과 충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거 시위가 8일째 도달했을 때 경찰이 학내에 진입한다. 경찰은 점거시위를 하던 학생들 외에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학생들까지 가리지 않고 곤봉으로 폭행하는데, 부상자는 150명, 연행되는 학생은 700명에 달했다.

 

1968년 컬럼비아 대학 

 

 

 

2) 70년 켄트 대학 사건

- 캄보디아 침공 규탄하던 학생들. 주방위군 투입 결정에 항의하며 학군단 건물에 불 질러.

- 방위군의 발포로 학생 4명 사망. 

- 학생들의 무장 투쟁으로 이어짐.

 

1970년 5월 캄보디아 침공을 규탄하는 학생들이 켄트 대학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주지사는 주방위군을 투입하기로 결정한다. 무장한 군대가 나타나자 시위는 더 격렬해졌고, 급기야 시위대가 대학교 학군단 건물에 불을 지르기에 이른다. 주지사는 격노하며 학생 시위대를 일컬어 '나치나 공산당보다 악랄한 자들'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시위대 해산을 요구하는 경찰과 방위군 앞에 학생들은 최루탄과 돌멩이를 던지면서 맞섰다. 결국 방위군이 실탄을 발사해 학생 4명이 사망한다. 이 사건 직후, 미국에서는 900여개 대학에서 400만 명에 달하는 대학생들이 동맹 휴업에 들어갔다. 

 

반전시위 과정에서 군이 쏜 실탄에 학생이 사망. 학생들은 전쟁으로 받아들였다. 급기야 일부 학생은 폭탄과 총으로 무장하고 정부에 전쟁을 선포했다. 어떻게 평화를 요구하는 학생들에게 정부가 총을 쏠 수 있는가! 학생들은 이런 정부는 뒤엎어 버려야 맞다고 여기며 조직을 결성하여 정부 건물을 표적으로 노려 폭탄 공격을 감행한다. 그 조직 중 가장 대표적 조직이 일명 '웨더맨'. 밥 딜런의 노래 'Subterranean Homesick Blues'에서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 가는 웨더맨이 없어도 알 수 있다'라는 가사에서 착안한 이름이었다. 

 

** 웨더맨의 활동과 그 당시 청년들의 이후 삶은 2003년 '웨더 언더그라운드(The weather Undergroudn', 2012년 '컴퍼티 유 킵(Company you keep)'으로도 만들어졌다.

 

켄트 대학 발포 사건 영상

 

 

 

3) 당시의 상황을 반영했던 DC 코믹스

- 딕 그레이슨이 대학에 입학해 컬럼비아와 켄트의 상황을 경험함.

- 침묵하는 다수의 편에 섰던 로빈

- 군의 발포로 인한 학생사망보다 학군단 전소에만 초점

- 시위의 이유보다는 시위의 방식에만 초점을 맞춰 학교당국, 경찰, 주방위군을 미화함.

 

1968년 69년. 로빈이 배트맨에게 독립하던 시기였다. 당시 몇 가지 명장면이 있는데, 1968년 11월 '디텍티브 코믹스 381호' 커버. 여기서 배트맨이 로빈을 향해 이렇게 외친다. '가라! 로빈! 이제 나 혼자 일한다!'. 그리고 1969년 12월 '배트맨 217호'에서 마침내 딕 그레이슨 로빈은 배트맨의 곁을 떠난다. 

 

그래서 같은 달 출간된 '디텍티브 코믹스 394'호에선 딕이 배트맨을 떠나 대학교에 입학해 맞이하는 첫날을 그린다. (글. 프랭크 로빈스 Frank Robbins). 그러나 그의 첫날은 대학의 낭만이나 꿈과는 거리가 멀다. 학교 정문이 막혀서 안에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 대학생들이 학교 점거 시위를 하고 있었다. 딕이 무슨 일인가 살펴보고 있는데, 밖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어떤 학생이 이런 말을 한다. '저 녀석들은 목소리를 높이는 소수에 불과해, 하지만 침묵하고 있는 우리 다수는 휴업하지 않고 공부하길 원해. 우리는 학생이니까!' 그런데 사실 이 말은 만화 속 학생의 입을 빌리긴 했지만 실제론 닉슨 대통령이 했던 연설을 따온 말이었다. 

 

68년 컬럼비아 대학의 사건이 모티브였던 것은 분명한데, 만화에선 학교측이 끝까지 평화를 위해서 경찰을 부르려 하지 않는 것으로 나온다. 시위 주동자는 마이크를 높여 어서 경찰을 부르라 요구하고, 나중엔 경찰로 위장한 자들이 학교로 진입해 학생들을 무력제압하고 시위 주동자를 연행한다. 공권력이 학내에 부당하게 진입해 폭력을 사용했다고 주장하기 위하여 학생들이 꾸민 일이었다는 것.

 

시위꾼 선동꾼들이 학교에 잠입해 의도적으로 폭력사태를 만들어 공권력에 대한 불신을 만들고, 학생시위를 부추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발단이 된 인종차별문제나, 학교의 무기연구 등의 문제가 해결되는 부분은 하나도 없다. 학생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나오진 않고, 그냥 '요구를 들어달라!'는 정도로만 나온다. 그러니 사실 아무 문제도 없이 학생들도 착하고, 학교도 착하고, 경찰도 착하고 모두 평화롭게 잘 살고 있었는데, 시위꾼들이 난입해서 물을 흐려놓았다는 식. 어떻게 그래도 당시 젊은 독자층을 타겟으로 했다는 DC가 이런 만화를 그릴 수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이 시기 DC가 겪고 있던 상황과 무관하지가 않다.

 

일전에 포스팅했던 DC코믹스 작가들의 노조결성 움직임. 그에 대응했던 DC의 태도를 학생운동을 향한 시선에 그대로 적용하면 납득이 되는 일이다. 악명높았던 모트 와이징거는 1970년까지 DC에 군림하고 있었다. 

 

 

5월 1일 - 노동절, 미국 만화 작가들의 권리 찾기 운동의 역사

1951년 '코믹북 일러스트레이터 협회'와 실패 미국 만화 역사에서 노조 설립 운동의 시작은 1951년으로 거슬러간다. 당시 버나드 크릭스타인(Bernard Krigstein)과 아서 페디(Arthur Peddy)등 주축이 되어

comicstoday.tistory.com

 

 

오죽했으면 플래시 만화의 경우는 내용과 상관도 없이 1969년 대뜸 '사랑'과 '평화'라는 피켓을 들고 플래시를 마구잡이로 구타하는 시위꾼들의 모습을 그린 커버를 내놓았다. 만화 속의 내용과는 1도 상관이 없는 커버였다. 

히피 시위꾼들에게 구타당하고 물어뜯기는 플래시를 그린 1969년 플래시 185호 커버.

 

커버데이트 1971년 2월의  '월드 파이니스트 코믹스 200호'에서도 역시 학생들과 공권력이 대치하는 사건이 그려진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면서도 그 과정은 실제 역사와 전혀 달랐다. 로빈이 다니는 허드슨 대학의 학생들이 반전시위를 벌이는 중에 학군단 건물에 폭탄이 던져져 건물이 불타버리는 사건이 일어난다. 범인은 누군지 알 수 없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주방위군이 나타나 무력진압하려는 상황까지 이어지는데, 당시 현장에 취재나와 있던 방송기자 클라크 켄트가 방위군을 철수하게 만들면서 사건을 정리한다는 것이다. 이때 학생들 사이에 어느 형제가 있는데, 형제끼리 전쟁에 관해서 서로 완전히 의견이 달라 격한 언쟁을 벌이고, 슈퍼맨이 이것을 두고 형제간의 다투는 것이야말로 가장 비극적인 일이라고 정리하고 넘어간다.

 

커버데이트 1971년 3월 '배트맨 230호'에서는 로빈이 앞서 '월드 파이니스트 200호'에서 학군단에 폭탄을 투척했던 범인을 뒤쫓는다. 당연히 반전시위에 참가한 학생조직이 가장 큰 의심을 받지만 이들은 자신들은 결코 그런 짓을 한 적이 없다고 항변한다. 오히려 동맹휴업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그들을 테러리스트로 몰기 위해 벌인 짓이라는 것이었다. 로빈은 두 학생조직 사이에서 양측의 말을 다 들어보는데, 이후 반전시위대측 학생들이 탄 자동차가 폭발한다. 알고보니 학군단 건물에 사용된 폭탄과 학생들이 탔던 자동차에 실려있던 폭탄이 같은 종류. 결국 결론은 반전시위대의 짓임을 확인하며 이야기가 끝난다. 

 

학교에 진입한 군인, 항의하는 학생들. 학내에서도 서로 의견이 달라 싸우는 학생들.

 

이렇게 딕 그레이슨의 대학 생활은 당시 학교 현장의 실제 사건들을 계속 소재로 끌어다 썼다. 당시 대통령 위원회는 켄트 대학 사건에 대해서 결과적으로 학생에 대한 발포가 잘못된 것이었고, 정부가 전쟁을 지속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반공적 사고방식이 뒤덮고 있던 시대. 학생시위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시민 60%는 군의 발포와 학생이 사망한 일은 학생들 스스로의 잘못이라고 답변했고, 주방위군 잘못이라고 한 사람들은 10%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DC의 배트맨 만화도 그런 당대의 인식을 벗어나진 않는 전에서 사건을 다루고, 아무리 그래도 학생들이 폭력적으로 시위하면 안 되지라는 식으로 넘어갔고, 발포에 의한 사망자보다는 학군단 건물 전소에만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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