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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6일 - 배트맨 세계의 비행선 빌런들과 쥴 베른의 SF소설 정복자 로뷔르, 세상의 지배자

오늘의 코믹스

by 오늘의 코믹스 2024. 5. 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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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의 고담 시티 상공에 늘 떠 있는 비행선, 비행선은 크게 두가지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저 밑바닥 골목 인생들은 잡을래야 잡을 수 없는 높은 곳에 있는 고담의 부유층, 즉 고담의 극심한 빈부격차. 또 하나는 고담 경찰청에서 공중에 띄워올린 비행선인데, 밤이 되면 하늘 높이서 비행선의 조명이 어두운 골목을 훑으며 지나간다. 부패한 공권력이 끊임없이 제대로 지키지도 못하는 시민들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감시사회.  고담이라는 도시의 두 가지 큰 속성의 상징이 바로 이 비행선이다.

비행선이 떠 있는 고담 시, 힌덴부르크 참사 사진

 

5월 6일은 배트맨이 세상에 태어나기 2년 전 1937년 비행선 힌덴부르크호가 폭발하여 추락했던 해이기도 하고, 이 사고로 인해 비행선의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산업혁명기의 어두운 모습을 끝까지 유지하는 고담이라는 도시에서 비행선은 퇴출되지 않고 계속해서 등장하였다. 배트맨 만화 속 비행선 빌런들과 그 원작이 된 SF 소설가 쥴 베른의 소설들 '정복자 로뷔르', '세계의 지배자'를 살펴본다. 

 

1939년 '칼 크루거'의 비행선

 

배트맨 탄생기가 처음으로 등장했던 '디텍티브 코믹스 33'. 여기서 배트맨이 상대했던 적은 일명 '죽음의 비행선'. 붉은 비행선이 맨해튼(당시에는 고담이 아니라 맨해튼이었다.) 상공에 나타나 눈부신 붉은 빛을 뿜으며 도시를 파괴한다. 

 

디텍티브 코믹스 33호. 죽음의 비행선

 

비행선을 만든 자는 '칼 크루거'. 그는 이 가공할 위력의 비행선을 앞세워 세상의 지배자가 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었다. 생기기도 나폴레옹을 닮았다. 이 때 '세상의 지배자'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다. 배트맨은 크루거의 배트플레인을 타고 공중전을 벌인 끝에 크루거의 비행선을 폭파시킨다. 

 

스스로 '세계의 지배자'라고 칭하는 칼 크루거와 비행선 폭발

 

1982년 - '블림프 대령'의 비행선

 

배트맨 352호, 디텍티브 코믹스 519호. 두 이슈가 서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데, '블림프 대령'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앞의 '칼 크루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  엄청난 위력의 전자석을 장착한 거대 비행선이 해상에서 잠수함과 전함들을 납치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블림프의 비행선은 얼마 뒤 워싱턴 상공에 나타나 잠수함과 전함을 돌려주는 대가로 1천만 달러를 요구한다. 아버지가 미국 정부에서 비행선 연구를 했었는데, 정부가 연구를 취소하면서 실직자가 되어 꿈을 잃고 쓸쓸하게 죽었기에 그 복수를 하려고 벌인 일이었다고. 배트맨이 블림프의 비행선에 잠임해 비행선을 추락시키고, 블림프를 붙잡는데 성공한다. 

 

블림프 대령은 2016년 DC 리버스에서도 잠시 등장했었다.

 

1982년 버전의 블림프 대령

 

2016년 DC 리버스의 블림프 대령. 두 페이지 등장하고 사라졌다. 잠수함을 납치해 고담에 3천만 달러를 요구했지만 고담걸에게 바로 붙잡힘.

 

1992년 - 마스터 오브 퓨처. 알렉산더 루아(Alexander Le Roi)

 

1992년 '배트맨 : 마스터 오브 더 퓨처'에 등장하는 빌런. 이 작품은 1989년 브라이언 어거스틴과 마이크 미뇰라의 '가스등 아래의 고담(Gotham by Gaslight)'의 후속작이다.전작이 반응이 좋다보니 바로 기획된 후속작, 가스등 세계는 이 작품까지 같이 봐야 완전해진다. 어쨌건 전작에서 잭 더 리퍼와의 대결을 끝낸 배트맨이 은퇴했지만, '마스터 오브 퓨처'라는 새로운 악당이 나타나며 복귀한다는 이야기다. 마스터 오브 퓨처의 본명이 알렉산더 루아. 거대한 철갑 비행선을 타고 다니며 도시를 불태운다. 알렉산더 루아는 배트맨의 또 다른 숙적 '라스 알굴'과 더불어 배트맨 세계의 대표적 '에코테러리스트'로 불린다. 

 

1992년 마스터 오브 퓨처의 알렉산더 루아

 

쥴 베른의 원작 소설, '정복자 로뷔르'와 '세계의 지배자'. 1961년 만화와 영화

 

그런데 이들은 모두 SF 작가 쥴 베른(Juels Verne)의 '정복자 로뷔르(Robur the Conqueror)'와 '세계의 지배자(Master of the World)'에 착안해 만들어진 인물들이다. 이 두 작품도 본래 소설이지만 만화화된 바가 있다.

 

1961년 '클래식 일러스트레이티드 162호'. '정복자 로뷔르'. 로뷔르라는 인물이 사람을 앞에서 이제 곧 인류가 공중을 정복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심지어 공기보다 가벼운 물질을 이용하는 비행선이나 기구를 통한 비행이 아니라, 공기보다 무거운 물질들을 공중에 띄우는 기술이 생겨나 인류를 우주로 보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로뷔르를 미친놈이라 욕하며 내쫓으려 하는데, 얼마 뒤 그들은 로뷔르에게 납치되어 로뷔르의 비행선 알바트로스호에 강제 탑승하게 된다. 알바트로스호는 수많은 프로펠러를 이용해서 하늘을 나는 말하자면 초거대 헬리콥터형 함선. 

 

알바트로스호는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용오름이 치솟는 바다 위를 지나고, 화산 위를 지나며 엄청난 모험들을 하는데, 로뷔르는 자신을 조롱한 사람들을 배에서 내려줄 생각이 없다. 하지만 나중에 그들이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하고, 심지어 알바트로스호를 폭파시키기까지 한다. 어찌보면 쥴 베른이 쓴 '해저 2만리'의 비행선 버전이었다. 노틸러스호를 알바트로스호로 바꾸고, 네모 함장을 정복자로 바꾼 듯한 이야기다.

 

정복자 로뷔르, 세계의 정복자

 

실제 소설의 경우는 정복자 로뷔르가 1886년에 발표되었고, '세계의 지배자'는 1904년에 발표되었으니 20년 정도 격차가 있는 작품이었다. 하나는 쥴 베른의 전성기 때, 다른 하나는 쥴 베른의 말년에 쓰여진 작품. '세계의 지배자'는 1961년 '포 칼라 코믹스 1157호'에 그려졌는데. 여기 보면 역시 로뷔르가 자신의 비행선 알바트로스호에 사람들을 강제로 태우고는 세계를 돌아다니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그 중 런던 상공에서 로뷔르가 런던 시민들에게 경고 후 폭격하건, 프랑스와 독일이 전쟁하는 전쟁터 위에 폭격하는 장면 등이 있다. 

 

1961년 이 만화들이 동시에 출간된 이유는 그 당시에 '마스터 오브 더 월드' 영화가 개봉했던 까닭. 빈센트 파라이스, 찰스 브론슨, 메리 웹스터 등이 주연했던 영화다. 만화 속의 알바트로스호 이미지는 영화 속의 알바트로스호와 거의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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