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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6일 - 마블 만화 속 한국전쟁, 박정희 시대, 타이거 디비전, 태극기

오늘의 코믹스

by 오늘의 코믹스 2024. 5. 16.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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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5.16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고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권총에 맞아 사망할 떼까지 거의 20년 가까운 시간. 마블 코믹스를 대표하는 한국의 슈퍼히어로 '태극기'의 삶은 이 시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국 전쟁 관련해서는 닉 퓨리 만화에의 주 무대이기도 했지만, 오늘은 타이거 디비전에 묘사된 내용들을 중심으로 좀 살펴보려고 한다. 

 

한강에 등장한 세월호 

정식 한국어판으로 나온 작품이기 때문에 구매한 팬들도 많을 것이다. 우선 타이거 디비전 첫 장면은 놀랍게도 '세월호'로 시작한다. 정식으로 세월호라고 표기하진 않았다. 그런데, 작품 속의 배경이 되는 장소는 한강. 일반적으로 한강에 다니는 유람선은 최대 1000톤 규모라고 하는데, 갑자기 6000톤급 여객선이 등장한다. 여객선에 큰 화재가 일어나고 학생이 난간에 매달려 살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모두가 도와주지 못하고 발을 구르는 순간, 타이거 디비전 요원들이 나타나서 학생을 구해주는데.... 자세히 보면 이 여객선 세월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실제로 한강 유람선을 운영했던 기업과 관련도 있었고. 그냥 유람선 구출장면을 그리고 싶었는데 참조한 그림이 우연히 세월호였는지, 아니면 일부로 세월호를 그렸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건 독자 입장에서는 '타이거 디비전'이라는 히어로 조직이 왜 존재하는지와 연결 지을 수가 있다. 

 

 

그다음 보면 타이거 디비전 본부 위치가 나온다. 사실 우리나라 히어로팀이기 때문에 '타이거 디비전'이라는 영어 명칭을 쓰는 것은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그냥 자연스럽게 '맹호부대' 정도로 표현해도 괜찮다. 실제 맹호부대를 영어로 표현할 때 Tiger Division이라고 쓴다. 그런데, 만화에서는 그보다 다른 쪽에 이 조직의 기원을 두고 있으니, '불암산 호랑이 유격대'에 기원을 둔다. 

 

끊어진 한강다리. 모두가 퇴각한 자리에서 싸웠던 불암산 유격대

 

역사를 좀 살펴보면 이렇다. 6.25 전쟁 터졌을 때 북한군이 남침을 시작했을 때, 우리 국군이 밀려서 퇴각을 하게 되는데, 당시 불암산에 철수 명령을 못 듣고 남아있던 병사들이 있었다. 육군사관학교 사관생도 13명과 9 연대 병사 7명. 도합 20명이 철수도 못한 채 산속에 남아서는 이렇게 된 바에 우리 '불암산 호랑이'라는 이름으로 북한군의 후미를 교란하는 일을 하자. 그렇게 해서 전쟁 초기 2개월 이상 대단한 공적을 세운다. 북한의 보급물자와 차량을 파괴하고, 북에 끌려가는 주민들을 100명씩 구출하는 등의 활약을 했는데, 3개월 뒤 국군과 UN군에 의해 서울이 수복되었을 때는 이들 모두 전사한 다음이었다. 이 역시 앞의 세월호랑 연결되는데, 국가가 국민을 지키지 못한 그 자리에서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싸우는 용사들이라는 의미를 불어넣고 싶었던 듯하다. 

 

 

전쟁초 북한군의 남하를 저지했던 춘천 전투

 

6.25 개전 당시에 밀려들어온 전차의 경우에는 SU76 자주포를 그렸는데, 이 자주포와 관련해서는 춘천전투가 너무나도 유명하다. 1950년 6월 25일부터 6월 30일까지 벌어진 전투. 북한은 단 하루 만에 이 지역을 통과하겠다고 밀고 내려왔는데, 그때 SU76 자주포를 앞세우고 진격해 왔지만 국군이 끝까지 맹렬하게 맞서 이들을 저지했었다. 타이거 디비전이라는 팀의 성격을 부여한다면 첫 승리였던 이 전투에서부터라고 봤던 듯하다. 

 

 

 

희생된 국민들. 동생을 등에 업은 소녀

 

그러나 적을 며칠간 저지했다고 해도 국민은 삶의 터전을 잃고 가족을 잃어야 했다. 갓난아기 태원이가 이모한테 발견되는 장면은 딱 보는 순간 그 유명한 한국전쟁의 사진. 탱크를 뒤에 두고 동생을 등에 업고 있는 소녀를 떠올리게 한다. 동생을 찾던 이모는 어린 아기를 발견하고 그 아기에게 동생의 이름을 붙여주었으니까.

 

 

얼마 후 이야기는 66년과 78년을 그린다. 66년에서 78년 요 사이에 여러 가지가 많지만 그중에 두 개 꼽으면 첫째 국민교육헌장이 발표되었고, 또 하나 새마을 운동이 실시되었다. 어쨌거나 교육에 집중을 해서 일꾼을 키워내겠다는 거였는데, 그래서 이야기 중에 보면 이모가 태원이에게 도둑질하면서 살지 말고 학교 가서 공부하라고 야단치는 대목이 나온다. 교육열과 관련된 분위기. 

 

국민교육헌장과 사시미 조폭들의 시대

 

 

또 하나는 태원이가 범죄조직에 들어가는 이 시기가 소위  조폭들의 황금기였다는 거다. 5.16 군사 쿠데타 이전까지만 해도 이정재 같은 정치 깡패들이 큰 권력을 누렸는데, 군사 쿠데타 이후 정치 깡패들이 싹 소탕되었다. 이정재는 사형당하고 서울은 무주공산이 되는데. 그래서 태원이가 처음 골목 생활을 시작하는 66년 시기에 같이 다니는 한 아이의 이름이 '정재'라고 나오는 게 과연 우연일까 싶기도 할 정도. 

 

그래서 이 시기에 이제 나오는 보스들 이름이 신상현, 조양은, 김태촌 같은 인물들인데, 예전 깡패들이 야인시대처럼 낭만적인 주먹질로 우위를 겨뤘다면 이때부터는 사시미칼, 마약, 인신매매 등등 잔인한 짓은 다 하게 하는데, 그래서 이 시기부터 이들 무슨 파 무슨 파 하는 조직들이 '조폭'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이 조폭들은 또 한 번의 쿠데타로 싹 정리돼서 삼청교육대로 보내지는데, 그게 79년 12.12 군사쿠데타. 여하튼 태원이가 거리에서 범죄자로 활동하던 시기가 딱 이 시기에 해당된다. 

 

 

 

타이거 디비전은 서울의 봄과 함께 태어났나 아니면 서울의 봄을 막다가 사라졌나

전두환 시대와 탄생을 같이했던 타이거디비전, 도표 중에 태극기의 도움이 필요없었던 20여년은 어느 대통령들의 시대였을까?

 

 

 

태원이 이후 개과천선해서 타이거 디비전 멤버들을 모집해 히어로 활동을 했고, 그러다가 몇 십 년간 사라졌다가 돌아왔다고 하는데. 이 부분에 관해서는 역시 아직 설명해야 될 부분이 많긴 하다. 박정희 대통령 사망 이후와 전두환 시대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고, 타이거 디비전 결성 후 수십 년간 행방불명이었다 다가 되돌아왔다는 정로로 짧게 정리해 버렸다. 아마 이 부분은  앞으로 태극기에 관해서 더 풀어나갈 이야기가 있을 때 메꿔야 할 숙제가 아닌가 싶다.

 

서울의 봄과 함께 태어났는지, 아니면 타이거 디비전이 서울의 봄을 막으려다 사라졌어야 했는지,(물론 이야기에서는 다른 경위로 사라졌다고 하긴 했지만) 여러 부분들이 밝혀져야 할 듯. 특히나 팀 자체가 '중앙정보부', '안기부', '국정원'으로 이어지는 국가 정보기관과 관련되고 있는 만큼, 피해 갈 수 없는 문제다. 

 

 

중앙정보부, 안기부, 국정원 변천사 정리 영상

 

대략 추정컨대  십년간 태원이 행방불명이 되었던 대목은 막상 히어로 활동을 시작하려 했으나 오히려 예전 깡패짓과 다름없다는 생각에 실망하고 떠났다든지, 아니면 시점을 달리해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선출하고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서 어쩌면 태원 스스로 더는 딱히 할 역할이 없는 상황이 되었든지. 아니면 다른 상황이 있어야 한다. 이부분을 제대로 못 풀어내내면 설익은 히어로로 남고 말 것이다. 

 

한번 맞춰보자. 마블 최강의 한국인 히어로 태극기가 탄생한 시점은 박정희 대통령 사망 1년 전이었다. 그렇다면 타이거 디비전 결성 시점, 결성 후 태극기가 사라진 시점과 돌아온 시점은 위의 대통령 표 중에서 어느 어느 지점들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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