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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일 - 국제 간호사의 날, 마블 최고의 간호사 '나이트 너스'

오늘의 코믹스

by 오늘의 코믹스 2024. 5. 12.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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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렌스 나이팅게일과 한국 최초의 간호사 김 마르다와 이 그레이스

 

5월 12일은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생일, '국제 간호사의 날'이다.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던 나이팅게일은 열일곱 살 신의 음성을 듣고 간호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부유한 집안에서 편하게 살 수 있는데 왜 하필이면 간호사가 되려 하느냐, 가족들은 기를 쓰고 나이팅게일을 말렸다. 가난하고 불결하고 심지어 병에 걸린 사람들 곁에서 그들의 고름을 짜내줘야 하는 일. 고생을 많이 해야 하는 일이란 인식 이전에 간호사 자체가 천한 직업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나이팅게일은 끝까지 간호사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다. 공부를 해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현상의 원인을 치밀하게 수학적으로 통계적으로 파고들었다. 의료 현장의 환경을 어떻게 정비하면 좋은지, 일을 어떤 식으로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지 고민했다. 그래서 크림 전쟁 때는 야전 병원의 위생 여건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사망자와 질환자 수를 현저하게 줄이는 성과를 이뤘다. 그 성과가 인정받으면서 간호학교도 세우고, 여성 의과대학도 세우고, 현대적 개념의 간호학도 창시했다.

 

 

우리나라에는 19세기말에 외국에서 간호사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간호사를 양성하는 시도를 하려 하는데, 역시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 처음 간호사가 되려 했던 때 겪었던 일처럼 사회적인 인식이 걸림돌이었다. 여성이 사회활동을 한다는 자체를 곱게 보던 시기도 아니었고, 그래서 간호학교 들어가려면 입학 조건에 본인의 의지 외에 부모의 동의와 교회의 추천까지 필요했으니 뜻이 있다고 원서를 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해서 최초의 간호학교에는 6명이 입학했고, 2908년 조선인 2명이 졸업하는데, 그 두 사람이 '김 마르다'와 '이 그레이스'.

 

이들의 개인사를 보면, 김 마르다는 남편에게 심하게 폭행을 당해 병원에 실려왔다가 간호사가 된 인물. 이 그레이스는 본래 노비였는데, 다리를 전다는 이유로 주인집에서 버림받고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간호사가 되었다고 한다. 

 

50년대 로맨스물의 히로인들. 밀리 더 모델, 팻시 워커, 린다 카터 나이트 너스

 

마블의 '나이트 너스'는 오늘날 영화 등을 통해 마블 슈퍼히어로 세계의 뒷골목 어딘가에 아무도 모르는 비밀 진료소를 차려놓고 때론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고, 때론 정체를 드러낼 수 없어 큰 부상을 입어도 병원을 찾아갈 수 없는 자경단, 슈퍼히어로들의 치료해 주는 일을 인물. 무협지로 치면 무림계의 '의선'과 같은 존재로 히어로계에 만들어놓은 인물이라 보면 된다. 그러나 이 캐릭터의 기원 자체는 히어로물이 아니로 '로맨스 물'에 있었다.

 

1950년대는 히어로 만화가 꽤나 침체되어 있던 시기. 소수의 인기 히어로 만화를 제외하고는 '전쟁만화', '로맨스만화', '서부 카우보이 만화' 혹은 '괴물 만화'나 '외계인 만화' 등이 인기 있던 시기다. 이 중에 로맨스 물은 고등학생 대학생 청년들이 진로를 꿈꾸고 연애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이야기들을 주로 다뤘다. 그때 대표적인 캐릭터가 이를테면 '밀리 더 모델', '팻시 워커', '린다 카터 나이트 너스'였다. 셋 다 여성 독자들에게 아주 인기 있는 만화. 그 시대의 '시크릿 쥬쥬'나 '레고 프렌즈'였다고 생각하면 된다. 셋 다 아주 인기가 많았고, 그래서 팻시나 밀리 같은 경우는 40년대에 시작되어서 70년대까지 거의 30년을 끊어지지 않고 나온 역사를 지녔고, 린다 카터도 60년대에 시작해서 긴 시간 출판이 되었었다. 

 

로맨스 만화의 주인공들. 밀리 더 모델, 팻시 워커, 스튜던트 너스 린다 카터

 

70년대 여성독자 유입을 노렸던 히로인들, 더 캣, 샤나 더 쉬데블, 나이트 너스

 

50년대엔 밀리, 팻시, 린다가 여성 독자들을 위한 로맨스물의 히로인이었지만, 70년대 브론즈 에이지가 되면 조금 이들을 보는 개념이 달라진다. 마블 편집부는 히어로물을 확실히 키우고 마블 유니버스를 좀 더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고 싶어 했는데, 마블 만화책의 판매를 늘리는 방법의 하나로 '여성독자층에 대한 어필'이 꽤 중요했다. 만화의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본 독자층의 범위를 넓히는 것도 아주 중요했다. 어린이만 보는 만화라는 인식을 깨서 성인에게도 어필을 하기 위해서 퀄리티를 높이고, 묘사의 수위를 높이고, 새로운 이야기를 개발하고를 넘어서는 시도도 할 수 있었고, 이전까지 주로 남성 독자들이 많았던 만큼 여성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만화를 개발하는 것도 아주 중요했다. 

 

그때에 꺼내든 방법이 그래도 마블에서 이름이 알려진 로맨스 만화의 주인공, 여성 캐릭터들의 만화를 갖고 오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밀었던 3대 히로인이 '더 캣', '샤나 더 쉬데블', '나이트 너스'였다. 그래서 시간이 흘러  오늘날은 위에 이야기한 로맨스물 시대의 주인공이며 70년대 여성 독자층 공략용 캐릭터들이며 다 마블 유니버스 히어로 세계에 자연스럽게 편입되어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 가령  밀리 더 모델 같은 경우는 이름처럼 패션모델로 시작해서 모델 회사를 차려서는 히어로들 중에 가령 '대즐러' 같은 캐릭터들을 매니지먼트하기도 했었다.

 

더 캣, 샤나 더 쉬데블, 나이트 너스

 

팻시 워커가 슈퍼히어로가 된 사연, 타이그라와 더 캣

 

팻시 워커 같은 경우는 아예 코스튬 히어로 '헬캣'으로 거듭났는데, 이거는 조금 복잡한 사연이 있다.

 

팻시가 헬캣이 된 경위를 짧게 정리하면 이렇다. 1972년에 마블에서 '더 캣'이라는 만화를 내놓는데, 여기 주인공 이름이 '그리어 넬슨'. 대학까지 졸업한 여성이었지만 결혼해 가정주부로 살고 있었다. 그러나 경찰관이었던 남편이 강도의 총에 사망한 후에는 생계를 위해 직장을 구해야 했는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많은 곳에서 거절당하다가 우연히 옛 대학 교수의 실험실에 조수로 들어간다. 실험은 보통 사람을 초인으로 만드는 실험이었는데, 실험에 후원한 재력가는 여자를 초인으로 만들어서 자신의 명령에 절대복종 시킨다는 희한한 목적을 갖고 있었다. 후원자는 자기 마음대로 피험자를 데려와서 초인으로 만들고 '고양이 코스튬'을 입히는데, 이 피험자가 사고로 사망한다. 그러자 그 코스튬을 그리어가 입고는 이 못된 후원자를 응징하는 히어로 '더 캣'이 된다. 

 

그런데 그리어를 초인으로 만들어준 실험을 실행했던 교수가 사실은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에서 사람으로 진화한 '캣피플'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어는 테러조직 하이드라에 납치당하던 교수를 구해주다가 심각한 부상을 입는데, 치료할 방법은 캣피플의 신비로운 의식뿐이었다. 그리어는 교수의 도움으로 캣피플의 비밀 의식을 치르는데, 그 결과 더 이상 사람이 아닌 고양이의 몸을 가진 인간으로 변하게 되고, 그간 입었던 '더 캣'의 옷을 버리고 '타이그라'라는 초인으로 거듭난다. 남은 '더캣'의 코스튬은 캡틴 아메리카를 통해 팻시 워커에게 전해져 그녀를 히어로가 되게 한다. 

 

그리어 넬슨, 더 캣 오리진부터 타이그라가 되기가지

 

야간 간호사 나이트 너스 3인방, 린다 카터, 조지아 젠킨스, 크리스틴 파머

 

나이트 너스는 바로 히어로 쪽과 연결된 것은 아니었다. 60년대 만화를 70년대 재탄생시켰을 때는 말하자면 마블판 '슬기로운 간호사 생활'이었다. 이 만화는 각 캐릭터의 특성을 알고, 그 시대의 간호사들의 삶과 관련지어서 보면 너무나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만화다. 주인공은 3명의 간호사. 각기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간호사가 된 이유도 다르지만, 누구보다 간호사의 일에 진심인 사람들이다. 

 

 

1. 린다 카터 : 가족은 린다가 간호사가 되는 것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였다. 린다는 꿈꾸던 메트로 종합병원 간호사가 되었고 마이클스라는 이름의 남자를 만난다. 환자로 병원에 처음 들어왔던 마이클스는 대단한 부자였는데, 린다는 마이클스와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 청혼을 받는다. 그런데 마이클스는 '결혼해 주십시오'라는 말애 앞서 '일을 그만두라'는 말을 먼저 했다. 결혼하면 간호사 일은 그만두고 집안에서 내조나 하라는 것이었다. 린다는 가정주부가 되는 것이 나쁜 선택은 아니지만, 그 선택을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고민 끝에 청혼을 거절하곤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걷는다.

 

2. 조지아 젠킨스 : 조지아는 메트로 종합병원에서 불과 몇 블록 밖에 떨어지지 않은 빈민가에 살던 흑인 여성이다. 집에는 늙은 어머니와 어린 동생, 뭐 하는지 밤낮으로 밖을 돌아다니는 오빠가 하나 있었는데. 그중에 번듯한 직장을 얻어 일하는 사람은 조지아 밖에 없다. 메트로 병원에서의 간호사일은 제대로 눈도 붙이지 못할 정도로 바쁘고 힘들었지만 조지아는 동료들 중에서 가장 불평 없이 열심히 일했고, 쉬는 날이라고 집에 돌아가도 동네 사람들 살펴주고 가족들 건사하느라 연애할 시간도 없다. 동네 사람들은 너무 가난해서 근처에 뉴욕 최고의 병원이 있어도 그곳에서 치료받을 엄두는 내지 못한다. 심지어 인근은 번번이 정전에 시달리지만 늘 전기가 끊이지 않는 병원을 보며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어느 날 조지아의 오빠빠는 친구의 꾐에 넘어가 병원 지하실에 몰래 숨어드는데, 그때 친구에게 심하게 맞아 죽을 위기에 놓은 병원 경비원을 살려다 도리어 친구의 총에 맞는다. 그 사건만도 조지아에겐 충격이었지만 얼마 후 법원에서 오빠에게 징역 12년형이 선고된다. 흑인이기 때문에 떨어진 불합리한 판결이었다. 

 

3. 크리스틴 파머 : 크리스틴 파머는 부유한 상류층 출신. 아버지 그늘 아래서 평생 일하지 않고 자유롭게 놀러 다니며 살 수 있는 사람이었고, 그 아버지도 딸이 자기 그늘에서 벗어나는 걸 원치 않았다. 하지만 크리스틴은 아버지의 경제력에 의지하지 않고 오직 자신만의 능력으로 자기 길을 개척하고 싶었다. 주머니의 돈을 털어보니 간호대학에 진학할 정도의 학비가 전부. 그래서 메트로 병원의 간호사가 되었는데, 현장은 눈 한 번 제대로 붙이기 힘들 정도로 바쁘고 정신없다. 파머의 입에서는 저절로 불평이 튀어나오고, 그 때문에 불평 없이 견뎌내고 있는 조지아와 부딪히지만, 응급실에서 같이 생명을 구해내면서 서로의 진심을 알고 친구가 된다. 

 

 

이렇게 각기 다른 신분, 처지, 목적을 가진 세 사람이 일명 '야간 간호사'로서 살아가는 병원 이야기. 그 속에서 만나는 온갖 인간 군상. 착한 의사, 나쁜 의사, 다양한 환자들의 사연 등이 이 만화의 줄거리를 이룬다. 

 

이들 간호사들이 슈퍼히어로 세계와 엮이기 시작한 건 2004년 이후. 브라이언 마이클 벤디스와 브라이언 K. 본 작가들이 데어데블이나 닥터 스트레인지 이야기에서 '나이트 너스'에 중요한 역할을 맡긴다. 나이트 너스의 이름은 린다 카터. 지난날 학생 시절 슈퍼히어로의 도움을 받았던 경험으로 인해 그들에게 보답하는 일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그들만을 위한 병원을 차려 무료로 치료해 주기 시작했다고. 여하튼 히어로 전용 병원을 하는 시점에 오면, 그녀는 코드명이나 복장은 '간호사'를 쓰지만, 이때는 이미 의사 자격을 갖고서 환자를 본다. 

그래픽 노블 닥터 스트레인지 '서약' 속. 나이트 너스와 스트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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