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5월 14일 - 마블 퍼니셔가 경찰과 우파와 이스라엘군의 상징이 된 사연

오늘의 코믹스

by 오늘의 코믹스 2024. 5. 14. 22:30

본문

728x90

전쟁에서 이기려고 팔레스타인 아랍 민족에게 땅 줄 테니 싸워달라, 유대인에게는 땅 줄 테니 돈 좀 달라. 그렇게 해서 전쟁에서 이긴 영국. 땅을 나눠줘야 하는데 이중계약을 해버렸으니 누구한테 줄 수도 없는 입장. 차일피일 미루며 어중간하게 배신 때리다가 기회가 오자. '난 몰라' UN에게 떠넘겨버리고는 튀어버렸다. 그 순간 '이 땅은 우리 땅이오!' 1948년 5월 14일 독립을 선포한 이스라엘. 독립 선포와 동시에 주변 아랍 국가 아랍 민족들과 전쟁 시작. 예상을 벗어나 연전연승을 거듭한다. 이제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뒤에서 그들을 지원한다. 팔레스타인 지역에 살던 아랍 사람들은 그대로 자기들 살던 땅을 잃고 쫓겨나고 쫓겨나서 오늘날 가자지구라는 감옥 같은 작은 땅덩이 속에 갇혀 살게 되었다. 신의 선택받은 백성들은 무자비한 학살과 억압을 강행했고, 팔레스타인 사람들 중에서도 극단주의자들은 무장테러로 보복했다. 동족이 감옥에 갇히면 인질극을 벌여 석방을 요구했고, 수락되지 않으면 어린이라 할지라도 인질을 죽였다. 그 짓을 서로에게 반복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어쨌건 이스라엘 건국일. 이스라엘군이 좋아하는 마블 히어로의 문양이 하나 있다. 바로 퍼니셔의 문양. 

 

안티 히어로 퍼니셔.

퍼니셔는 범죄의 피해자로서 무기력한 사법체계에 분노하여 스스로 사형집행자가 된 프랭크 캐슬이다. 악을 제거하기 위해 스스로 살인자가 된 사나이. 하지만 마블 세계는 다양한 히어로들이 사회 정의를 위해서 협력해서 노력하고 사법체계의 미진함을 보완해가는 세상. 거기서 퍼니셔가 실현하는 정의는 당장은 감각적으로 통쾌할 수 있지만, 그가 추구하는 정의는 허용되어서도 허용될 수도 없는 정의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의를 집행하는 경찰과 군인들이 퍼니셔를 숭배하는 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라크 참전한 미국 군인들이 사용한 퍼니셔 문양이 블랙 라이브즈 매터와 관련해서 경찰들의 상징이 되고, 그것이 다시 미국 우파의 상징이 되고, 그것이 파란색 이스라엘 깃발과 결합해 이스라엘군의 수호상징이 된 이야기.

 

 

흑인 목숨만 소중하냐? 경찰의 반발이 부른 퍼니셔 트럼프.

 

2017년 이후 미국 경찰들이 퍼니셔 문양을 달고 다니기 시작한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문양은 아니었다. 이것은 경찰의 과잉 대응에 희생당하는 흑인들의 문제 때문에 시작된 '블랙 라이브즈 매터' 에 대항하기 위해서 시작한 운동이었다.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며 시민들이 외치면, 같이 고민해 보면 좋은데, 우리 목숨도 소중한데 어쩌라고 식으로 대응한 모양해. 그래서 퍼니셔 로고를 경찰차에 달고 제복에 박고 마스크게 달면서 논란을 불렀는데, 많은 시민들은 경찰의 이런 태도를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 로고가 은근히 인기를 얻으면서 보수 우파 사이에는 로고에 트럼프 헤어스타일을 붙인 '퍼니셔 트럼프'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자! 위대한 미국을 재건하는 싸움! 퍼니셔 트럼프와 함께 악당들에 맞서 싸웁시다!' 

 

경찰들이 사용한 퍼니셔 문양. 흑백 줄무늬 해골에 파란 줄은 '블루 라이브즈 매터'의 상징. 흑인 사망 사건으로 인해 시작된 '블루 라이브즈 매터'를 조롱하듯 반발처럼 '화이트 라이브즈 매터'와 '블루 라이브즈 매터'가 생겨나 퍼져나갔다.

 

 

그러니 2021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폭도들이 미국 국회의사당을 점거했을 때는 온통 퍼니셔 깃발이 펄럭였다. 퍼니셔 해골 문양은 원작 그림 작가가 디자인할 때 '나치 친위대'가 사용한 해골문양에서 따온 것이었다는 점. 주로 다른 인종에 대한 혐오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기에 역시나 너희는 본능적으로 해골문양에 끌리는구나 하는 반응을 얻었다. 

 

경찰의 '블루 라이브즈 매터'는 우파에게 퍼져나가 변형된 해골 상징들을 만들어냈다.

 

같은 해 2021년 이스라엘에서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시위가 열렸는데, 이때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운동가와 그들을 지지하는 이스라엘 운동가들을 해산시킬 때, 그들의 군복과 헬멧에서 퍼니셔의 해골 문양이 포착되었다. 모양은 나치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나치의 문양을 나치에 학살당했던 피해자들이 사용한다는 아이러니. 이스라엘군은 스스로를 사방에서 몰려오는 아랍군에 맞서 싸우는 소수의 300 용사로 여기며 해골에 스파르타 용사들의 투구를 씌웠다. 

 

블루 라이브즈 매터에서 시작된 파란 줄의 해골. 마침 파란 줄로 그려진 이스라엘 국기와도 비슷해서인지 이스라엘로 건너가 다윗의 별과 결합한다.

 

증오와 공포 전쟁 : 퍼니셔를 숭배한 미군과 이라크군 중동의 테러조직

 

그런데 이스라엘 군대만 퍼니셔를 숭배하는 게 아니라, IS 테러리스트들도 퍼니셔를 숭배한다. 2023년엔 이스라엘의 한 도시에서 IS 추종자들이 이스라엘 국경수비대를 사살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 때 테러리스트가 입은 옷 등판에 퍼니셔 문양이 크게 떡하니 박혀 있었다. 자기가 직접 그려 넣은 문양이었는지, 미군 옷을 어디서 주워 입었는지 알 수는 없다. 

 

IS 추종자들도 미군도 이라크군도 다 퍼니셔 로고를 착용했다.

 

어쨌건 제일 먼저 중동의 전장에 퍼니셔를 끌어들인 이들은 미군들이었다.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실제주인공인 저격수 크리스 카일은 자기 자서전에서 전장에서 부대원들이 스스로 '퍼니셔 부대'라고 부르면서 퍼니셔의 해골 문양을 사용했었다고 고백했다. 적들에게 공포를 심어주는 심리전의 일환이었지만, 퍼니셔는 교전수칙과 규율에 따라야 작전을 하는 군인들과는 정반대의 인물이었는데, 내가 죽여할 자들이 나쁜 놈이라는 확신을 주는데 요긴한 상징이었다. 적은 나쁜 놈이기에 도덕과 윤리 따지지 말고 단호하게 죽여야 한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상징. 하지만 겉으로는 적에게 공포를 심어주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당시에 미군들이 사용하는 퍼니셔 로고가 전장에서 인기 있어서 이라크군에게도 퍼져나갔고, 이게 테러리스트들에게도 퍼져나간 듯하다. 

 

원작자 제리 콘웨이의 변 : 퍼니셔는 

2000년대 이후 퍼니셔의 문양이 이렇게 변질되어 사용되는 것을 보고 원작자 제리 콘웨이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퍼니셔는 결코 그런 캐릭터가 아니라고 성토하였다. 심지어 이런 식의 표현을 쓴다. 경찰차에 퍼니셔 문양을 쓰는 것은 링컨 기념관에 남부연합 깃발이 펄럭이는 것과 같다고.  그러니 퍼니셔를 히어로로 좋아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퍼니셔를 누군가를 혐오하고 억압하는 상징으로 쓰지는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래서 심지어 매튜 로젠버그의 퍼니셔 13호에는 이런 장면도 나온다. 경찰들이 프랭크 캐슬을 알아보고는 환호하면서 몰려든다. 당신은 나의 영웅이다. 셀카 한 번 찍어달라. 나도 퍼니셔 문양 달고 다닌다. 그렇게 팬심 덕심 가득한 표정으로 난리를 치니까 퍼니셔가 정색을 하면서 말한다. 

 

'딱 한 번만 말하겠습니다. 여러분과 저는 다릅니다. 여러분은 법을 준수하며 사람들을 지키겠다 선서했지만 저는 오래전 법을 등진 사람입니다. 저를 따라하지 마세요. 경찰 아니라 아무도 따라 해선 안 됩니다. 롤모델이 필요하면 캡틴 아메리카를 찾으세요. 캡틴도 여러분을 반길 겁니다.'

 

2020년 퍼니셔 13호에서는 경찰차에 붙은 해골 데칼을 뜯어 찢어버리고, 2022년 퍼니셔 1호에서는 전쟁의 신의 비호를 받는 스파르타 용사 투구를 쓴 집단을 처단하는데, 이스라엘군이 쓴 스파르타 투구의 퍼니셔 문양을 떠올리게 한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