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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5일 - 미국의 비밀작전과 라오스 불발탄. DC의 라오스 출신 히어로 카타르시스

오늘의 코믹스

by 오늘의 코믹스 2024. 5. 15.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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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5월 15일.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에는 베트남전 당시 라오스에서 행해졌던 '비밀전쟁'. 일명 미국의 '시크릿 워'에서 북베트남을 상대로 싸웠던 라오스 몽족 군인들을 기리는 작은 비석이 세워졌다. 베트남전쟁이 끝나고 20년이나 지난 후에야 이런 비가 세워진 데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다. 

 

알링턴 묘지에 세워진 추모비

 

먼저 2024년 5월 1일 출간된 마블 코믹스의 새 만화 '겟 퓨리 1호'를 보자.  

 

1971년 2월. 닉 퓨리 대령이 임무 중 동료들과 함께 베트콩들의 포로가 되었다. 교신이 끊어지자 본부에서도 비상이 걸린다. 정보기관 소속으로 일급 기밀까지 알고 있는 닉 퓨리다. 생사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이대로 북베트남 수중에 넘어간다면 많은 군사기밀이 노출될 것이 뻔하다. 그런데 마침 닉 퓨리가 붙잡혀 끌려가고 있는 길은 라오스를 가로지르는 호찌민 루트. 미군은 베트남과 전쟁 중이었지 라오스 영토 안에서 공식적으로 지상 작전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구출 부대를 파견하기는 불가능한 상황. 따라서 구출이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안 된다면 제거하는 쪽을 선택한다. 그렇게 파견되는 최고의 저격수가 바로 '프랭크 캐슬' 대위다.

 

2024 겟퓨리 1호 커버

 

나중에 '조작'이었음이 드러났지만, 통킹만 사건을 빌미로 베트남에 들어온 미군. 베트남은 위도 17도선을 기준으로 해서 북베트남과 남베트남으로 나눠놨었는데, 미군은 처음에 남베트남에서 베트콩을 소탕하는 일을 주로 하다가 북베트남과 전면전으로 가게 된다.

 

라오스의 몽족을 이용한 CIA, 라오스 정글에 뿌린 무수한 포탄.

오래도록 인정하지 않았던 '시크릿 워'

 

이때 미국 CIA는 베트남의 서쪽에 인접하고 있는 라오스의 산악지대에 사는 '몽족(Hmong)'을 포섭하여 그들로 하여금 북베트남의 후방을 교란하고 보급로를 차단하도록 한다. 특히 라오스의 정글 지대를 우회하여 남베트남과 이어지는 일명 호치민 루트가 큰 골칫거리였기에 이들 몽족을 용병들을 이용하였다. 어쨌건 미군은 라오스에서 군사작전을 할 수가 없었기에 이런 비공식저인 방법을 취했던 것. 그러면서 몽족 군대의 작전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혹은 정글의 북베트남군을 섬멸하기 위한 목적에서 무지막지한 공중지원도 이뤄졌다. 이 당시 미군 폭격기가 라오스에 뿌려댄 폭탄은 일명 집속탄. 큰 포탄 속에 야구공 같은 작은 폭탄이 수백 개가 들었는데, 그것이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비처럼 뿌렸다. 우리에게 영화 제목으로도 익숙한 일명 '강철비'. 

 

그런데 이 폭탄 중의 30% 이상은 불발탄. 여전히 라오스의 산과 들을 이것들이 지뢰처럼 뒤덮고 있다. 그래서 농부들이 농사짓다가 땅속에 파묻힌 포탄을 건드려 죽는 일은 다반사. 아이들이 산에 들에 놀러가서 포탄 건드려 죽고, 집속탄이 딱 사과 크기만 하니 정글에서 나무 열매인 줄 알고 주웠다고 죽고 한단다. 그래서 라오스에서는 신체장애를 얻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불발탄들이라고. 미군이 라오스에 이런 폭격을 9년 내리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때려부었다고 한다.

 

 

여하튼 이렇게 몽족을 지원하면서, 무시무시한 폭격을 감행하면서 저질렀던 이 전쟁. 누가 어떤 사실을 밝힌다 해도 미국은 자국의 개입 사실을 철저히 부정했다. 그래서 이것을 '시크릿 워'. '비밀 전쟁'이라고 했는데, 1973년에 미군이 철수하면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남아있는 몽족은 라오스 공산 정권의 표적이 된다. 사형당하거나 수용소 끌려가거나. 처벌을 피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수많은 몽족이 국경선을 넘어 태국으로 탈출한다. 그마저도 못한 몽족은 밀림에 숨어서 살아갔다.  이렇게 탈출한 몽족들의 상당수는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리고 미국은 공산화된 베트남이나 라오스와는 단교. 그러다가 거의 20년이 지나서 1991년 라오스와 수교, 1995년 베트남과 수교를 재개하였다. 

 

이대로 '비밀 전쟁'이 잇혀질까봐 몽족은 알링턴 국립묘지에 그들이 전쟁에서 어떤 일을 했었는지를 적은 추모비를 세운다. 하지만 추모비가 있다 한들, 미국은 어떻게든 비밀 전쟁의 흔적을 지우려 한다. 2007년 미국은 오히려 미국 내 몽족 지도자이자 과거 라오스 몽족 군대의 리더이기도 했던 방 파오 장군을 체포한다.  죄명은 '라오스 정권 전복을 기도한 죄' 이들이 그동안 미국에 망명한 상태에서 어떻게든 고향땅을 되찾으려고 여러 가지 방법들을 썼다고 한다. 라오스로 무기도 보내고, 라오스 군부의 요인들을 제거하는 작전도 세우고, 이게 라오스가 미국의 수교국이다 보니 이들을 잡아서 라오스에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몽족들은 큰 배신감을 느낀다. 당시 '비밀전쟁'에서 우리가 미국을 위해 목숨을 걸었건만, 우리에 대한 보답이 고작 이것인가. 

 

 

 

2009년 영화 '그랜 토리노'에도 나오지만 미국으로 이주한 몽족은 자신들이 했던 기여에 대해 아무런 보답도 없이 가난하고 차별받는 삶을 살아야 했는데, 여러모로 배신감 드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미국은 라오스 영토를 유린한 불발탄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그러다가 2016년에 이르러서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라오스의 미군 공습 피해자를 직접 만나 위로하고 불발탄 제거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한다. 

 

오바마 라오스 방문과 '비밀전쟁' 불발탄 제거 지원 약속. CBS 뉴스 영상

 

2012년 만화 작가 게일 시몬은 라오스 이민자 출신의 '쿨랍 빌라이삭'. 코드명 '카타르시스'라고 하는 소녀 히어로를 등장시켰다. 쿨랍 빌라이삭은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태국을 경유해 라오스를 탈출하여 미국으로 이주한 인물. 엄마는 미국에 라오스식 식당을 차리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라오스는 인지도가 너무 낮은 탓에 태국 음식점을 차렸고. 쿨랍은 성실하게 공부하여 경찰관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동아시아계의 어린 이민자 소녀를 잔인하게 성폭행하고 죽인 살인범 하나가 경찰서에 잡혀왔는데, 돈 쓰고 변호사 써서 그냥 풀려난다. 분노한 쿨랍은 살인범의 집에 칼을 들고 찾아가 응징해 버린다. 그 일 이후 쿨랍은 경찰로 복귀하지 못하고 도망자로 살다가 부패한 경찰들의 도시 코럴 시티의 지하에서 활동하는 히어로집단 무브먼트의 일원이 된다. 작가 게일 시몬은 실제 라오스 출신 방송인인 '쿨랍 빌라이삭'을 기반으로 이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한다. 

 

쿨랍 빌라이삭. 슈퍼히어로 카타르시스

 

실존인물 쿨랍 빌라이삭

 

 

한편 DC 코믹스에는 또 한명의 라오스 핏줄이 있는데, 바로 데스스트로크, 슬레이드 윌슨의 딸 로즈다. 그러나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기에 라오스로 끼워넣기가 뭐 한 부분도 있다. 로즈는 데스스트로크가 캄보디아에서 '릴리안 워스'라는 여성과 며칠밤을 같이 보냄으로써 태어난 딸이었는데, 뉴어스의 경우 릴리안 워스는 캄보디아 왕족. 캄보디아 왕의 셋째 동생의 딸이라고 나오기 때문에 킴보디아 왕가 '크메르족'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16년 'DC 리버스'에서는 갑자기 그녀를 라오스의 몽족이라고 말한다. 

 

로즈의 엄마 릴리안 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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