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3월 19일, 브루스 윌리스의 써로게이트. 원작 만화.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있나요?

오늘의 코믹스

by 오늘의 코믹스 2024. 3. 19. 09:31

본문

728x90

모두가 아바타를 이용하며 비대면 접촉이 일상화된 최첨단의 격리사회.

인격의 분리와 기술 중독, 기술이 없던 시대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종교집단.

문제를 방치하고 덮기에 급급한 기업, 사회갈등을 방치하기만 하는 정부.

DC 그린랜턴과 슈퍼맨 작가가 2006년에 예고한 비대면의 아바타 사회. 

영화 써로게이트 포스터. 텅빈 거리를 방황하는 인간 브루스 윌리스. 좌우의 간판에는 몸매를 자랑하는 선남 선녀들. 하늘 위에 떠서 무언가를 추적하고 감시하는 헬기. 2054년의 미래사회다.

 

3월 19일은 다이하드의 액션 대스타 브루스 윌리스 탄신일이다. 브루스 윌리스 작품 중에는 코믹북과 관련된 작품도 꽤 많다. 대표적으로 제5원소. 이거는 요즘 극장가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영화 '듄'의 이야기로 거슬러가는데, 알레한드로 조도로스프시 감독이 영화  듄을 만들기 위해서 준비하다가 엎어지고, 그걸 만화가 장지로(뫼비우스)와 함께 만화로 만든 것이 그 유명한 그래픽 노블. 일명 완벽한 그래픽노블로도 불리는 '잉칼'이었다. 뤽 베송 감독의 제5원소가 나온 후 잉칼 표절작이라고 고발당했던 일이 유명하다. 

 

슈퍼히어로 초능력물 쪽에서는 역시 사뮤엘 잭슨과 함께 한 '언브레이커블' 시리즈도 있고, 만화 원작 작품 중에 이병헌 배우가 출연했던 영화 '레드'도 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작품은 독특한 미래를 그린 '서로게이트'라는 작품이다. 2006년에 탑셰프에서 나왔던 작품으로 작가는 로버트 벤디티(Robert Venditti). 벤디티는 DC코믹스에서 '그린랜턴', '그린랜턴 군단', '프리덤 파이터즈' '호크맨' '슈퍼맨 78' 등 다양한 시리즈에서 활약했고, 이 중엔 국내에 번역되어 나온 작품도 있다. 써로게이트는 벤디티가 2000년대 초에 구상해서 거의 6개월만에 대본을 완성했는데, 그림작가 브렛 웰델(Brett Weldele)의 손을 거쳐 3년 정도의 시간을 거쳐 출간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야기 배경에서 중요한 연대는 2039년과 2054년의 미래다. 아주 뛰어난 한 발명가, 로봇 과학자가 있었는데, 이 사람이 로봇을 연구한 가장 중요한 이유이자 목적은, 신체적 장애로 인해 활동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로봇을 보조기기로 만들어줘서 불편함을 덜어주는 것이었다. 이 기술은 인간과 거의 동일한 신체 움직임이 가능하고, 겉모습 또한 인간과 동일한 수준까지 발전한 일종의 아바타 로봇을 바탕으로 한다. 인간은 이 로봇을 뇌파로 조종해서 자신을 대신해 활동하게 할 수 있다. 뇌파로 조종하기 때문에 로봇이 느끼는 감각도 조종자가 느낄 수 있다. 과학자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기업가들 입장에서 이것은 장애인 보조기기로만 사용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기술이었다. 그래서 한 기업이 이 기술을 독점하여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상용화를 시작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써로게이트'. 그런데 어찌보면 예상 가능했던, 그러나 간과했던 많은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할 때쯤에는 이미 이 기업이 어마어마하게 커진 다음이라 법적인 규제를 마련하기도 어려워쥔 뒤였다. 

 

인터넷이 대중화되고, 온라인 세계에서 나 자신 외에 다른 인격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열리면서 생겨난 수많은 문제점들이 써로게이트를 통해서도 그래도 재현된다. 어떤 사람은 다른 성별로 살면서 이성과의 은밀한 데이트를 마음껏 즐기고, 또 어떤 청소년은 어른 써로게이트가 되어서 못하던 일들을 한다. 그러다가 2039년 즈음에 최초로 청소년이 써로게이트를 쓰다가 살인을 저지르는 일이 발생한다. 이 일로 인해서 써로게이트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그들이 세력을 규합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써로게이트 대중화는 더 빠르게 진전되어서 이제 어느새 사람들의 90퍼센트 이상이 써로게이트를 써서 외부활동을 하는 사회가 도래한다. 대부분이 써로게이트를 쓰며 집 안에 살면서, 외부 접촉이 적어지니 확실히 전염병도 줄어들고, 사고 범죄 등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써로게이트가 부서지는 거라, 인명이 상하는 일이 없으니 오히려 사회는 더 안전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고립된 사회 속에, 요즘으로 치면 부부간에도 한 집에 살면서 카톡만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것처럼, 각기 자기 방안에서 뇌파조종장치를 쓰고 드러누워서 써로게이트로만 만나고 대화하니, 아무리 기술이 인간에 가까워졌다 하더라도 진짜 인간적인 교감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원작만화 커버, 종교집단 VS 경찰공권력 VS 기업가 과학자 / 써로게이트를 제거하는 의문의 복면인. 그는 표적을 살해하며 이렇게 말한다. '살아라'
영화에선 늙은 브루스 윌리스가 젊은 아바타를 사용하지만 원작 만화의 주인공 하비 경위는 딱히 젊은 몸을 사용하려고 하지 않는다. 써로게이트를 쓰는 이유도 그냥 경찰조직 자체가 다 써로게이트를 사용하니까 밥벌이를 위해서 쓰는 것일 뿐.

 

2009년 영화 <써로게이트>는 2006년 원작 만화 <써로게이트>랑 큰 흐름을 같이하면서도 세부적으로 이건 안 바꿨으면 좋았겠다 싶을 정도로 다른 점도 꽤 많이 존재한다. 특히 결말은 어찌보면 정반대라고 할 정도로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특히 영화의 중심이 되는 주인공 톰 그리어(원작에서 하비 그리어 경위)의 아내 부분이 많이 다른데, 영화에선 부부가 아들을 잃음으로 인해서 아내가 써로게이트에 의지해서 살아가다가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으로 그리지만, 만화에서는 아내가 써로게이트를 처음 구입하고, 그것에 중독되고, 급기야는 써로게이트를 다시는 쓸 수 없게 되자 자살을 택하는 결말이다. 원작 만화 1편은 세상의 모든 써로게이트가 사라지게 되는 1954년의 미래로 영화화된 작품이고, 2편은 써로게이트를 이용한 첫 살인이 발생하고, 주인공의 아내가 첫 써로게이트를 구입했던 15년 전의 시점을 배경으로 한 프리퀄이다. 만화 원작은 만화 컨텐트 외에도 미래 사회의 세계관을 더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서 과학자의 언론 기고문, 써로게이트 판매 회사의 선정적인 광고 홍보물, 사건 사고 뉴스 등등 다양한 자료들을 부록으로 덧붙여넣었는데 그 또한 상당히 인상적이다.

 

써로게이트 원작 만화 속의 안드로이드 홍보 광고들. 당신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멋진 몸으로 다시 태어나세요.

 

원작 만화의 광고들이 붙어있는 지하철 장면, 브루스 윌리스의 퇴근길. 최신형부터 구형까지 다양한 써로게이트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지하철에 앉아 집으로 돌아간다. 모두가 젊은 얼굴. 벽에 원작 만화에 있던 써로게이트 홍보 포스터들이 붙어 있다.

 

2024년인 지금 돌아보면, 만화 원작 출간일로 치면 거의 20년 전 작품, 영화로도 거의 15년전 작품에 해당되지만, AI시대를 앞두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많은 가능성과 경고들이 오고가는 지금, 어떤 돌다리를 두들겨보며 이 길을 건너가야 할 건지 생각해 보게 하는 면이 있다. 더구나 코로나로 인한 격리사회 속에서 비대면 사회를 겪은 후라 더 와닿는 면도 있고. 영화 오펜하이머가 아카데미를 석권한 시점이라 과학의 발전과 후회라는 면에서 돌아볼 만도 하다.

 

우리는 이 기술을 사용하고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인터넷과 스마트폰 없던 세상에서 살았던 세대와, 나면서부터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쥐고 태어난 세대가 공존하는 지금의 사회. 중독과 소외의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그 기술을 없앤다고 해서 과연 인간답게 살아질까? 아니면 절망만 더 커질까? 영화의 결말처럼 될까? 아니면 만화의 결말처럼 될까? 아니면 또 다른 결말이 있을까?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