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3월 16일, 브이 포 벤데타(2006) - 아나키스트가 외치는 자유여 영원하라

오늘의 코믹스

by 오늘의 코믹스 2024. 3. 16. 12:08

본문

728x90

1982년 마가렛 대처와 보수당에 반대하며 시작된 만화

영화 속 명대사와, 원작자 앨런무어의 아나키즘

 

지도자에 의존하는 사회야말로 혼돈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야말로 질서 있는 사회라고

 

<브이 포 벤데타>의 한 장면. 차이코프스키의 1812서곡이 깔리며 폭발하는 국회 의사당. 1812는 러시아의 나폴레옹 격퇴를 기념하며 만들어진 곡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1812년은 미영 전쟁에서 미국이 영국에 승리하여 자주성을 획득한 해이기도 하다. .

 

 

스스로를 아나키스트라고 말하는 앨런무어 원작의 만화 <브이 포 벤데타>.. 2006년 3월 16일은 그 영화버전이 한국에 개봉한 날이다.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말은 영화를 본 사람들은 누구나 기억할 명대사다. 원작은 1982년에 영국의 만화잡지 <워리어>지에 연재된 작품인데, 당시에 <브이 포 벤데타>와 <미라클맨(당시 제목은 마블맨)>이 동시 연재되었다. 이 작품은 당시 영국 사회, 영국의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을 담은 아주 정치적인 만화다. 그 표적은 바로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영국의 총리 '마가렛 대처'.

 

브이 포 벤데타 그래픽노블과 한 장면

 

흔히 복지 사회를 이야기할 때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을 쓰는데, 사실. 이 말은 영국에서 나온 말이고, 영국에선 이런 복지를 국가적 폐해라고 여겨 번 뒤집었던 적이 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영국은 최고의 복지국가를 지향하면서 특히 의료분야에서 국민 누구나 경제적 형편에 구애 없이 치료받을 수 있게 했다. 그러나 70년대 경제적으로 전 세계가 어려운 시기가 도래한다. 중동전쟁과 오일쇼크. 영국 또한 경제침체에 빠져서 1976년이 되면 우리나라가 그랬듯이 IMF 지원까지 받았다고 한다. 영국 사람들은 원인을 과도한 복지와 강성노조, 임금상승으로 지목했다. 소위 영국은 병들었다. '영국병'에 걸렸다고 했다. 정치인들은 자신이 이 영국병을 치료하겠다며 외쳐댔다. 그렇게 1979년 마가렛 대처가 총리에 당선됐다. '철의 여인'으로 불린 마가렛 대처는 이후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많은 나라 보수 정치인들에게 롤모델처럼 여겨졌다. 한국에서도 한국병을 치유하기 위해 대처 같은 사람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는 말이 흔히 들린다. 그러나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브이 포 벤데타 한국 포스터와  자유여 영원하라 포스터. 17일은 미국 개봉일 

 

원작자 앨런 무어는 자칭 아나키스트. 무정부주의자다. '무정부'라는 단어를 표면 그대로 이해하면 정부가  없는 혼돈스러운 사회를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앨런 무어가 지향하는 아나키즘은 개인이나 집단이 권력을 독점하지 않고 구성원 모두가 동등한 지위와 권력을 나눠가지며, 모두의 의견과 입장이 존중받는 사회다. 이럴 경우 또 혹자는 앨런 무어 이놈 공산주의자구먼 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앨런 무어는 공산주의 역시 지도층이 권력을 독점하고 사람들을 통제하기 때문에 배격한다. 그는 원작 만화 속에서 '아나키즘이란 질서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지도자가 없는 상태'라고 말한다. 어떤 경우건 지도자는 규율을 강요하고 통제하고 자유를 억압하고 진실을 덮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나키즘은 특정인의 목소리가 커지지 않는, 단 한 명의 의견이나 입장도 결코 소수라고 배제당하지 않고 공동체의 운명에 중요하게 반영되는 사회다. 

 

앨런 무어는 2019년까지 거의 40년간 단 한 번도 선거에 투표한 적이 없다고 한다. 누구를 나의 대표로 찍는다는 자체가 자신의 자주권을 잃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나의 주인은 곧 나라는 확고한 신념. 그런데 2019년 앨런 무어는 돌연 사람들에게 노동당에 투표하라고 독려하기 시작했다. 무어에게 글쓰기와 예술은 자신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사회를 상상하고 대안을 꿈꾸기 위함인데, 그럴 자유마저 잃을 사회가 도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했다. 무도한 지도자를 아무도 막지 않기에 자기라도 막아야겠다고. 물론 그의 힘으로 막긴 힘들었다. 오히려 보수당은 압승을 했고, 압승 후 3년도 되지 않아 보리스 존슨은 당대표직과 총리직에서 사임했다.  

 

영화 속 명대사들

 

The truth is, there is something terribly wrong with this country, isn't there? Cruelty and injustice. Intolerance and oppression. And where once you had the freedom to object, to think and speak as you saw fit, you now have censors and systems of surveillance, coercing your conformity and soliciting your submission. How did this happen? Who's to blame? Well, certainly there are those who are more responsible than others, and they will be held accountable. But again, truth be told, if you're looking for the guilty, you need only look into a mirror. I know why you did it. I know you were afraid.

"이 나라는 단단히 잘못됐습니다. 한 때는 자유로운 비판과 사고, 의사표현이 가능했지만, 이젠 온갖 감시 속에 침묵을 강요당하죠. 어쩌다 이렇게 됐죠? 누구의 잘못입니까? 물론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고, 정부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시민 여러분 정말 잘못이 있는 사람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우리입니다. 두려워서 방관한 우리요."

 

People should not be afraid of their goverments. Governments should be afraid of their people.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 하지."

 

Why won't you die? 어째서 안 죽는 거야?

Beneath this mask, there is more than flesh. Beneath this mask there's an idea. and ideas are bulletproof!

"가면 뒤에는 살덩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신념이 있다. 신념은 총알로 뚫을 수 없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