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9일은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츄바카 역을 했던 배우 피터 메이휴가 태어난 날이다. 원작자 조지 루카스는 츄바카라는 캐릭터의 탄생기에 관해서 다른 외부적인 것의 개입 없이 스스로 구상해 낸 것이라고 말한다. 본인이 키우던 큰 개가 두 발로 직립보행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을 했다나.
하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츄바카를 보면 빅풋을 떠올린다. 키도 크고, 털도 많고, 덩치도 비슷하다. 스타워즈 팬들에게 우키족과 빅풋은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통한다. 빅풋. 흔히 새스쿼치라고도 하고, 비슷한 종류로 치면 웬디고나 예티 같은 류들도 있는데, 이런 종류는 북미대륙 서쪽이나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흔히 목격담이 전해지는 신비의 생물, 반면에 츄바카는 외계의 우키족. 기본적으로 빅풋은 지구의 생물이고, 우키족은 멀고 먼 은하계의 생물이니 같을 수가 없다는 거다.
하지만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런 지적도 한다. '저 푸에트리코인가에 츄파카브라라고, 어떤 괴물의 전설이 있다는데, 혹시 그 츄파카브라에서 이름을 따와서 츄바카인 거 아냐?' 당연히 거기에서 유래한 이름도 아니고, 추파카브라는 또 츄파카브라는 정확히는 도마뱀처럼 생긴 괴물이라 츄바카와는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 애초에 조지 루카스가 생각했던 츄바카 디자인은 지금의 츄바카와는 너무나 달랐다. 다소 여우원숭이 같은 얼굴을 가진 털이 많은 거인이었다.
그러나 츄바카와 빅풋 사이에는 알게 모르게 유사한 점도 은근히 많이 발견된다. 우선 스타워즈 콘셉트아트로 유명한 디자이너 '랄프 맥쿼리'. 바로 위의 츄바카 그림도 랄프 맥쿼리가 조지 루카스의 설명에 따라 그렸던 것이라고 하는데, 사실 이 디자이너는 '빅풋 관련 영화' 포스터로 먼저 큰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워낙에 다양한 분야에서 다방면으로 활동을 하신 분이기는 한데, 이런 포스터가 하나 있다. 1972년작, 제목은 '보기 크릭의 전설'. 빅풋 목격담과 관련된 영화였다.
그러면 동그란 눈의 거인 츄바카는 어떻게 털복숭이로 진화했을까? 여기에는 랄프 맥쿼리 외에 존 쉐너라는 다른 아티스트가 한 명 들어간다. 1975년에 '아날로그 사이언스 픽션엔 팩트'라는 잡지에 훗날 '얼음과 불의 노래'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게 될 작가 '조지 R.R. 마틴'이 개와 영장류가 혼합된 '야엔시'라고 하는 종족을 등장시키는 소설을 싣는다. 그리고 이 캐릭터들을 형상화한 삽화도 여기 수록이 되었는데 이 삽화를 그린 사람이 존 쉐너였고, 후에 그 아들인 이안 쉐너가 '우리 아버지가 츄바카 창작에 기여했는데 그만한 보상을 못 받았다'라고 주장했다고.
여하튼 그렇게 해서 랄프 맥쿼리가 여기서 영감을 얻어서 기존의 츄바카를 털복숭이 우주 현상금사냥꾼으로 진화시킨 것이 츄바카였다..
1977년 스타워즈와 함께 '한 솔로'와 '츄바카'가 한 쌍의 콤비로 등장하긴 했지만, 사실 히어로와 외계 털복숭이 콘셉트는 그 당시 특히 TV에서 엄청 인기 있었던 콘셉트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6백만 달러의 사나이'. 우주 비행사 출신에 사이보그 스티브 오스틴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 드라마는 1973년부터 78년까지 방영되면서 엄청난 인기를 거두었다. 그중에서 1976년 3 시즌 16화, 17화에 방영된 '빅풋의 비밀'.
이게 자그마치 두 화에 걸쳐서 방영이 되었는데, 여기서 빅풋은 외계인이 저 18세기때부터 지구에 숨어 살고 있었는데, 그들이 자신들의 은신처에 대한 지구인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 만든 존재가 빅풋 로봇. 이 로봇이 산지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다. 당시에 빅풋 역할했던 배우는 프로레슬러 '안드레 더 자이언트'. 1화에는 안드레가 빅풋 역을 했는데, 2화에는 배우 테드 캐시디가 빅풋 역을 한다. 테드 캐시디는 아담스 패밀리 시리즈에서 프랑켄슈타인의 외모를 가진 집사 역으로 유명했던 배우. 성우로도 활동해 드라마 헐크 시리즈에서 헐크 목소리, 고질라 만화 영화에서 고질라 목소리, 판타스틱 포 만화에서 벤 그림 목소리 등도 했었다고 한다.
여하튼 이렇게 당대 최고의 히어로였던 6백만 달러의 사나이와 빅풋이라는 사이보그가 로봇이 벌인 세기의 대결은 단숨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아, 단숨에 빅풋의 인기를 최정상으로 끌어올린다. 물론 그 당시에 빅풋과 관련된 영화들이 간간이 나오면서 성공을 거두며 관심을 모으던 시기. 그랬기에 6백만 달러의 사나이에서도 빅풋을 썼던 것인데, 전설과 괴담의 주인공에서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변신하는 폭발력을 제공했던 건 바로 이런 TV 드라마였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정리해 버리면 히어로와 털북숭이 힘캐 커플의 계보가 만들어지는데 1탄이 6백만 달러 사나이, 2탄이 스타워즈라면 3탄은 그 옛날 유명했던 '내 친구 바야바'가 되겠다. 원제는 '빅풋과 와일드보이'. 1977년 9월에 방영을 시작해서 역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인기가 많았다.
여하튼 이렇게 70년대에 빅풋 같은 털북숭이 거인 캐릭터에 사람들이 열광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 시기를 이어받아 이제 마블에서 새스쿼치라는 캐릭터가 처음으로 등장을 한다. 때는 1979년 엑스맨 120호. 처음에는 털이 수북한 손만 등장했고, 다음 이슈인 121호에서 전신이 다 등장한다.
스타워즈 만화 중에 한때 인디애나 존스와 크로스오버를 하면서 츄바카를 진짜 빅풋으로 만들었던 적이 있다. 2004년 5월 출간된 다크호스 코믹스의 '스타워즈 테일즈 19호'에 수록된 10페이지짜리 단편 만화. 먼 우주의 한 솔로가 지구의 인디애나 존스를 만난다니, 해리슨 포드와 해리슨 포드의 크로스오버라는 사실부터가 재미있다.
밀레니엄 팔콘이 지구에 불시착한다. 하늘에서 알 수 없는 물체가 떨어지자 원주민 부족들이 공격해 오고 그 과정에서 한 솔로는 화살에 맞아 사망했다. 그로부터 126년 후, 인디애나 존스가 숲 속에 탐험을 왔다가 덩굴에 뒤덮인 우주선을 찾아내고, 츄바카는 그대로 숲 속에서 빅풋의 전설이 되었다고...
한편 스타워즈 3편 제다이의 귀환 촬영 당시에는 정말로 빅풋의 전설이 전해지는 숲 속에서 찍었는데, 피터 메이휴가 츄바카 의상을 입고 근처에 잘못 돌아다니다가 사냥꾼들의 총에 맞을 수도 있다면서 주의 또 주의를 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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