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역사적인 인물 마틴 루터 킹 목사(Reverent Martin Luthor King Jr.). 4월 4일은 그가 세상을 떠난 날이다. 4월 3일에 소개한 말론 브란도를 비롯해서 미국 전역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였고, 1968년 아카데미 시상식도, 그의 죽음을 인하여 연기됐었다.
시민권 운동이 활발했던 시절 DC코믹스 마블 코믹스 만화들도 최대한 사회 현실의 모습, 정치적인 이야기들을 담으려 애썼다. 말론브란도 대신 아카데미 무대에 올랐던 '리틀페더'의 연설이 아카데미 수상 소감 역사상 최초의 정치적 메시지로 기록되었던 것처럼, 이 시대 문화 예술계에서 목소리들이 수상소감을 통해 만화 스토리를 통해, 또 예술작품들을 통해 터져 나오던 시대였다.
4월 4일은 또한 흑인 작가 빌리 그레이엄(Billy Graham)이 세상을 떠난 날이기도 하다.. 풀 네임은 윌리엄 헨더슨 그레이엄. 최초의 흑인 만화가는 아니다. 이미 일찍부터 흑인 만화가들이 비록 극소수이긴 했지만 만화계에서 활동한 바가 있다. 하지만 흑인 작가가 흑인 주인공들의 만화를 그림으로써, 훗날 흑인 히어로 창작에 불을 지핀 사례. 그 선구자격 인물을 꼽으라 한다면 가장 먼저 '빌리 그레이엄'을 손꼽게 된다.
빌리 그레이엄은 1935년생이고,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 출신이다. 이 학교는 '타잔' 시리즈의 만화화를 담당했던 '번 호가스'라는 작가가 타잔 만화를 통해 큰돈을 벌어 세운 학교. 그래서 빌리 그레이엄도 자연스럽게 번 호가스와 타잔 만화의 영향을 받았다.
1973년 '정글액션' 만화에 '돈 맥그리거'작가가 들어와 '팬서의 분노' 12 이슈 짜리 이야기를 시작했을 당시 처음엔 '리치 버클러'가 그림을 맡았지만, 10호부터 그 이후 17호까지는 빌리 그레이엄이 그렸었다.
돈 맥그리거, 빌리 그레이엄 콤비는 블랙 팬서도 블랙 팬서지만 이클립스 코믹스의 '세이버'라는 만화로 더 명성을 떨쳤는데, '세이버'는 시대를 앞서나간 시도들을 했다. 가령 출산 장면으로 유명한 만화, 그 양대 산맥으로 하나는 앨런 무어와 릭 베이츠의 '미라클맨' 다른 하나는 돈 맥그리거와 빌리 그레이엄의 '세이버'를 꼽는다. 출산 장면이라는 게 산부인과에 실제로 출산하러 가면, 의사들이 아빠들한테 뱃속에서 밖으로 나오는 광경을 직접 보면 트라우마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안 보시는 게 좋다면서 말리는 경우도 많은데. 이 두 만화는 그것을 만화로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표현을 했다. 시대는 70년대. 이제 검열의 시대가 풀리고, 공포물이나 그런 것들이 대세를 이루는 시대가 오긴 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겐 낯설 수밖에 없는 장면. 작가들은 아기가 태어나는 장면은 흉한 장면이 아니라 너무나 고귀하고 성스러운 장면이니, 양수며 탯줄이며, 핏덩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리겠다고 한다. 편집자 입장에선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쉽사리 받아들여지는 동성애 커플 키스 장면도 시도를 했었으니, 당시로서는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는 사안들.
더구나 블랙 팬서는 흑인만 등장하는 만화였다. 그러니 회사 입장에선 아무리 좋은 만화 뜻깊은 만화라고 해도 당시 독자층의 구매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팔리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아프리카 배경으로 와칸다 부족이 겪는 문화적 충격과 내분의 이야기. 백인은 한 명도 등장하지 않고 오직 흑인만 등장하는 이야기 좋다. 과연 팔릴까?
의외로 당시 시민권 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70년대 미국 대학생들 중심으로 '정말 탁월한 걸작'이라는 호평을 들으며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여담으로 동명이인이자, 백인 사회에서 가장 유명한 또 다른 목사님을 소개한다. '행복에로의 초대'였던가. 예전에 80년대 90년대에 일요일 아침에 TV를 딱 켜면 유명한 목사님이 화면에 나와서 설교하던 그런 시대가 있었다.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80년대 미국 TV 목사님. 그중에서도 블랙팬서 작가 빌리 그레이엄과 이름이 같은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이라고 계신다. 이 분이 한국에도 왔었는데, 한국에 와서 어마어마한 광장인지 운동장인지에서 구름 같은 인파를 모아놓고 설교를 하는데, 그때 통역을 맡았던 목사님들이 후에 한국에서 가장 큰 교회도 세우고, 기독교 방송국 이사장도 하고 그랬다.
어쨌건 TV 미디어가 발전하던 시기다 보니, TV로 설교도 하면서 기독교 문화라는 것도 막 일어나는데, 소위 흔히 말하는 CCM 뮤직. 그 원조가 되는 '갓스펠'이라는 영화도 나온다. 유명한 뮤지컬이기도 하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혹 들어봤을 '주님의 길을 예비하라'라는 번안 가스펠송이 이 '갓스펠'이라는 영화의 대표곡이었다. 그리고 이 갓스펠을 바탕으로 해서 마블 코믹스에서 탄생한 캐릭터가 바로 타노스를 물리칠 구세주 '아담 워록'과 아담 워록이 흑화 되어 우주를 지배하는 거대 종교의 수장이 된 '메이거스'다.
또 다른 작품으로 엑스맨 쪽에 그 유명한 '신은 사랑하고 인간은 죽이고'가 있다. 엑스맨과 뮤턴트 돌연변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유포하는 목사 '윌리엄 스트라이커' 목사가 여기 등장한다. 엑스맨 영화에서 이 목사를 목사가 아닌 군인으로 그린 것은 어쩌면 의식적인 회피처럼도 느껴지는데, 사실 이 목사는 미국 보수 교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가장 존경받는, 오늘날 한국 교회에서도 한국의 복음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로 손꼽는, '빌리 그레이엄' 목사를 모델로 만든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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