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어벤저스 221호>. 4월 7일 출간되었다. 어벤저스에 새 멤버를 뽑기 위해서 후보자를 물색한다는 내용, 총 15명이 후보로 올라 있는데, 이 중에 두 명을 뽑게 된다. 그 두 명은 호크아이와 쉬헐크가 된다. 이 시기에 마블은 짐 슈터(Jim Shooter)가 앞장서서 신규 독자 유치에 열을 올리던 시기다. 마블 코믹스의 황금기가 1960년대 초에 시작이 되었으니, 1982년이면 20년이 지난 시점. 그 예전의 열혈팬들도 이제는 아재가 되어 있다. 짐 슈터는 새로운 어린 독자들을 대거 마블에 유입시켜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기존 캐릭터들 중에 늙고 올드하다고 생각되는 캐릭터들은 과감히 물갈이를 하고자 했다. 주연 캐릭터를 아예 갈아치워도 좋고, 옆에 혁신적인 새로운 보조 캐릭터를 붙여도 좋고, 어떤 식으로든 각 히어로마다 신규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요소를 필수적으로 구비해야 된다고 주장을 했다.
그러다 보니, 기존 작가들 입장에서는 이게 그냥 캐릭터가 낡아서 개선을 해보자는 소리로 들리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당신들 작가들이 늙고 올드하고 진부하고 신선미가 없는 거야!라고 하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는 법. 마침 이 시기에 뭔가 어중간한 중간지점에서 이걸 없애려니 아깝고, 살리려니 어중간하고 하는 작품이 하나 있었다. 작가 더그 먼치(Doug Moench)가 쓰던 상치 만화.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가는 중에 '아니 영화계에서도 이제 쿵후 열풍은 다 식고, 이제 닌자 열풍으로 건너갔는데, 샹치도 쿵후 말고 닌자 만화라 가 보지!'라는 소리가 나왔단다.
(쿵후열풍시대 관련 미국만화 이야기들 링크)
작가 입장에서는 좀 어이가 없는 소리. '이보쇼. 쿵후는 중국 무술이고, 닌자는 일본인데, 중국 것을 일본 것으로 바꾸라는 소리는 이 샹치 주인공 캐릭터를 없애라는 소리 아니요! 간섭질을 할 거면 뭘 좀 알고 훈수를 드든가! 아니면 말든가! 됐어. 이 따위로 할 거면 난 안 할 겁니다.!' 약간 과장 보태서 이런 식으로 가 버린 거다. 짐 슈터는 자기는 결단코 어떤 캐릭터를 없애라는 식으로 말한 적 없다고 말하지만, 작가는 사실이 어떻든 간에 마블을 떠나 DC로 건너가 버린다. 그리고 얼마 뒤 DC에서 배트맨 만화를 담당하게 된다.
이 당시에 많은 히어로들이 여러 만화에서 저마다 굉장히 바쁜 시기였다. 어벤저스 221호에서 영입 대상으로 후보에 오른 히어로들 대부분이 그렇게 바쁜 축에 속했다. 인기가 있었으니 어벤저스 후보로 올린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 중에 쉬헐크의 경우는 마침 쉬헐크 만화를 끝내고 중간 딱히 머물 만화책을 찾지 못하고 여기저기 조연으로 얼굴을 비치는 정도가 전부였으니, 어벤저스 신멤버로 넣기 딱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이 타이밍을 잘 잡은 덕에 이후 쉬헐크는 어벤저스에 들어가고 이후엔 거대 이벤트에서 대활약을 보이고는, 그다음엔 판타스틱 포에 들어가고 하면서 대인기 캐릭터로 부상하게 된다. 사실 쉬헐크를 처음 만들 때만 해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왜냐하면 쉬헐크라는 캐릭터 자체는 순수하게 마블이 캐릭터 소유권을 지키려고 급조한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이 당시에 헐크 드라마가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었는데, 이 드라마 제작사에서 보니까 6백만 달러의 사나이와 소머즈처럼 헐크도 여자 캐릭터를 하나 만들어서 스핀오프 시리즈로 붙이면 잘 팔릴 거 같았다. 법률적으로도 검토를 해보니까 마블에도 어차피 여자 헐크 캐릭터가 없었으니 그냥 공짜로 괜찮은 아이템 하나 더건지는 셈이었다. 그런데 세상 참 좁다. 여자 헐크 드라마가 고려되고 있다는 소문이 스탠 리 귀에 들어간다. 마블의 황금기를 진두지휘했던 스탠 리 아닌가. 눈뜨고 멀쩡한 캐릭터를 하나 빼앗겨 버리면 말이 안 되었다. 스탠 리는 그 즉시 제니퍼 월터스라는 변호사가 헐크와 비슷한 거구의 괴력을 가진 초인으로 변한다는 이야기를 구상했다. 그렇게 쉬헐크 첫 번째 이슈를 스탠 리가 써서 쉬헐크 권리를 빼앗기지 않도록 방어가 된 이후에는 바로 다른 글작가, 그림작가에게 넘어가버렸다.
그런 쉬헐크가 이제 그 첫 이야기를 다 마무리하고 시리즈 결말을 지은 후, 여기 저기 다른 만화책에 손님으로 한 번씩 등장하던 시점이었다. 그래서 후보에 오른 여러 캐릭터 중에 가장 시간여유가 많았던 덕에 쉬헐크는 어벤저스가 되었다.
전설의 SF 드라마 '배틀스타 갤럭티카'를 보면, 거기 나오는 외계 종족 '사일런 종족'을 비하해 부르는 별칭이 '토스터'다. 인간을 능가하는 기능을 지닌, 최첨단의 로봇을 토스트 굽는 토스터로 비하한 것인데, 사실 '로봇'을에게 '토스터'라는 별명이 붙었던 그 원조가 바로 '롬'이다. 마블에서 바비 인형 만화를 내고, 일본의 로봇 장난감 팔기 위해서 로봇 만화 내고 했던 것처럼 장난감 회사들과 긴밀하게 연관이 되어서 장난감들에 이야기를 입혀주는 역할을 마블이 정말 많이 하던 시기가 이 시기였다. '롬' 역시도 원래는 완구였는데, 마블이 이야기를 만들어줬다. 그런데 이 롬이라는 로봇이 머리통이 토스터를 닮아서 일명 '토스터'라는 별명으로 불리곤 했던 것이다. 그게 토스터라는 별칭의 기원이라 한다.
어쨌든, 마블이 롬에게 붙여준 이야기는 이후 마블 코믹스의 전체 세계관에서도 큰 자리를 하나 차지하게 되는데, 일단 멀고 먼 우주에 '갈라도르'라는 이름의 종족이 등장한다. 갈라도르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엔 우리 지구인들과 똑같은 외모를 가졌고, 아주 높은 수준의 과학 문명을 달성하여 우주에 퍼뜨리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아주 평화적인 종족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이 갈라도르의 우주 탐사선이 우주 변경의 '암흑성운'을 발견하곤 겁도 없이 그곳에도 자기들 문명을 전파하겠다며 들어간다. 그러나 그 암흑성운에는 '다이어레이쓰'라고 하는 아주 위험한 종족이 살고 있었다. 다이어레이쓰는 갈라도르 탐사선을 기습공격한 후, 갈라도르 모성을 타깃으로 삼아 진격하기 시작한다.
다이어레이쓰는 생물이 상대할 수 있는 존재들이 아녔다. 상대에게 어마어마한 공포를 유발했고, 또 피부에 닿자마자 몸이 녹아버리는 강한 독성까지도 분출을 했다. 그러니 갈라도르에선 결국 인간을 로봇으로 신체개조해서 맞서 싸우는 방법이 제안된다. 처음엔 아무도 여기에 응하지 않는다. 아무리 갈라도르의 문화와 과학을 지키는 게 목적이라고 해도, 내가 기계로 변한다면 결국 나 자신을 잃게 되는 것이니 나서기 힘들었다. 그때 '롬'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청년이 솔선수범하여 갈라도르 사람들 중 제1번으로 신체개조를 받는다. 지구로 치면 그는 갈라도르의 캡틴 아메리카 같은 인물이었다.
이후 갈라도르 사람 전부가 로봇으로 신체개조를 받고, 갈라도르에는 단 한 명의 인간도 남지 않게 된다. 이들을 일명 '스페이스 나이츠'라고 불렀고, 이후 롬 만화가 중단된 후에도 마블의 다른 만화에는 '롬'이라는 이름을 빼면 뺏지, 갈라도르, 다이어레이쓰, 스페이스 나이츠 같은 이름들은 계속 등장했다. 1987년 실버서퍼 만화에서 마블은 '크리 종족'에게 행해진 셀레스티얼의 실험에서 크리 데비안츠와 다이어레이쓰가 태어났다는 내용을 실었다. 그렇게 해서 당시 롬의 세계관은 마블 유니버스의 세계관속에 완전히 동화된 상태였다. 그래서 롬 역시 어벤저스 새 멤버의 유력한 후보에 이름을 올렸었다.
아래는 몇 년 전에 만들었던 한국어판 코스믹 마블 리딩오더인데. 여기에 보면 댄 애브넷과 앤디 래닝 콤비의 어나일레이션, 어나일레이션 컨퀘스트가 있다. 당시 지구에서는 시빌워 기간이었고, 우주에서는 어나일레이션이라는 거대 이벤트가 진행중이었는데. 지구 영웅들은 우주에 종말이 닥친 줄도 모르고 자기들끼리 싸움질만 하고 있고, 그 와중에 우주에서는 노바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히어로들 등이 우주를 지켜내고 지구까지 지켜준다. 그래서 시빌워 시기에 진정한 최고의 히어로는 누구냐 물으면, 캡틴이고 아이언맨이고 편갈라 싸움하기 바빴지 진정한 영웅은 '노바!'라는 식으로 답변하기도 한다. 여튼 여기에 '다이어레이쓰', '갈라도르', '스페이스 나이츠' 등이 이어서 등장을 한다.
이후에 롬은 마블에서 IDW로 넘어갔는데, 문제는 해즈브로가 마블에서 만든 다이어레이쓰를 자기들의 상표로 등록해버린 것. 당연히 마블은 소송을 했다. 롬은 장난감 회사의 것이라도, 롬을 위해 만든 이야기들은 마블의 것이라고.2023년 롬은 다시 마블의 품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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